
토큰증권(STO)이 내년 2월 제도화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채 등 일부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토큰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규제 샌드박스로 운영되던 조각투자도 토큰증권으로 편입됐다.
토큰증권 제도화와 함께 조각투자 사업을 10년 넘게 운영해 온 뮤직카우도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뮤직카우는 2016년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을 조각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2022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음악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해왔다. 올해 상반기 뮤직카우의 전체 상장곡 평균 저작권료 수익률은 5%를 웃돈다. 문화와 증권을 결합시켜 새로운 투자 창구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뮤직카우는 넥스트레이드(NXT)가 주도하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NXT 컨소시엄은 금융위 예비인가를 받은 뒤 본인가를 신청하며 정식 장외거래소 출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9월에는 NXT 컨소시엄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운영을 위해 '넥스체인지' 법인이 설립됐다. 뮤직카우의 금융서비스 전담 법인 뮤직카우인베스트는 넥스체인지 주주로 참여한다.
뮤직카우는 토큰증권 제도화를 앞두고 새로운 상품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약 400억원 규모의 음원 IP 펀드 1호를 추진하기로 했고, 미국법인을 통해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인젝티브와 협업해 실물연계자산(RWA)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제도권 자본시장에 들어온 토큰증권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한다. 먼저 국내 증시가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 속에서 토큰증권 제도가 투자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조각투자 사업자 펀블과 카사가 잇따라 사업을 종료하는 등 시장 개척에 한계를 드러낸 사례도 있다.
조각투자 사업자 1세대로 꼽히는 뮤직카우를 설립한 정현경 의장을 만나 토큰증권 제도화와 향후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대담=길재식 전자신문 디지털금융부 부국장

-뮤직카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뮤직카우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음악은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였지만,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뮤직카우는 음악이라는 문화자산을 금융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 투자자산으로 만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음악 IP 확보부터 가치평가, 투자상품 설계, 투자자 보호 등의 경험과 역량을 축적했다. 하나의 역량보다는 이 모든 과정을 실제 시장에서 구현해 온 점이 뮤직카우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한다. 단순한 음악투자 플랫폼을 넘어, 문화 IP에 자본이 유입되고 그 가치가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문화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특히, K팝 음악증권은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전 세계 K팝 팬덤까지 한국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유인 상품이 될 잠재력이 있다. 뮤직카우는 K팝이 가진 세계적인 문화적 경쟁력을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조각투자가 규제 샌드박스 단계에서 정식 제도권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어떤 전환점으로 보고 있는가.
▲가장 큰 변화는 조각투자가 새로운 투자방식에 대한 실험을 넘어, 제도권 금융시장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뮤직카우도 세상에 없던 투자 방식을 제안하는 데서 출발해, 금융기관 및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의 출범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는 금융당국과 업계가 오랜 기간 함께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새로운 금융상품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중요한건 새로운 투자시장을 만들 수 있는지 검증하는 단계를 넘어, 얼마나 많은 투자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이미 대중적인 소비기반을 확보한 자산이고, 특히 K팝은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팬덤을 형성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제도권 시장이 본격화되면 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금융 투자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자본시장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넥스체인지 출범 의미는 무엇인가.
▲넥스체인지와 같은 장외거래소 출범의 가장 큰 의미는 음악증권과 같은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을 전문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통합 유통 시장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뮤직카우와 같은 사업자가 제한된 환경에서 상품 발행과 거래를 함께 수행해 왔다면, 앞으로는 경쟁력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발행사와 전문적인 유통 인프라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장으로 발전하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보다 체계적인 거래 환경에서 다양한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시장 참여자가 늘고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장기적으로 유동성과 가격발견 기능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뮤직카우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경쟁력 있는 음악 IP를 확보하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장이 성공하려면 투자자들이 시장에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상품이 필요한데, K팝 음악증권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넥스체인지 출범으로 과거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음악 IP투자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조각투자는 투자대상이 되는 자산의 매력이 투자자의 관심과 시장 참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측면에서 K팝은 큰 강점이 있다. 대중에게 친숙하고, 이미 국내외에서 강력한 팬덤과 소비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음악 IP를 투자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권리관계 분석부터 가치평가, 상품 설계, 투자자 보호까지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 중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투자자들이 스스로 투자하고 싶어 할 만한 매력적인 상품과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BTS, 블랙핑크, 임영웅처럼 국민적인 인지도와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그 자체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자산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아는 음악의 경제적 가치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상품과는 다른 투자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해외투자자들에게도 한국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인이 한국은 잘 몰라도 BTS와 블랙핑크는 안다. K팝은 이미 전 세계에 방대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개별 기업이나 금융시장에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에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이들에게 좋아하는 K팝 음악의 경제적 가치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K팝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뮤직카우의 상품은 음악증권 시장 성장을 넘어, 새로운 국내외 투자자가 한국 자본시장 전체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와 '토큰증권 시장'의 차이를 헷갈릴 수 있다. 두 시장의 관계를 쉽게 설명해달라.
▲조각투자는 무엇에 투자하느냐의 문제이고, 토큰증권은 그 투자자의 권리를 어떤 기술과 방식으로 발행하고 관리하느냐의 문제다.
음악증권은 음악 IP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권리를 기초로 한 투자상품이다. 기존 전자증권 방식으로도 발행할 수 있고,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면 토큰증권 방식으로도 발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방식보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좋은 자산이 시장에 공급되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지다.
음악증권은 이미 실제 발행과 거래 경험이 축적돼있고, 제도권 유통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새로운 금융시장의 성과를 가시화하는 데 음악증권이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도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롭게 열리는 제도권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함께 새로운 투자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제 그 성과가 가시화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좋은 상품의 공급과 함께 더 많은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K팝 음악증권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통합계좌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음악증권 시장과도 연결될 수 있다면, 빠른 시간 안에 해외 K팝 팬들이 국내 문화자산에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특정 상품의 투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K팝을 통해 해외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경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증권이 한국의 문화적 경쟁력을 자본시장의 경쟁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뮤직카우의 중장기 사업방향은 무엇인가.
▲올해는 음악증권 시장의 제도권 진입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제도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음악 IP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K팝 음악증권을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만드는 대표적인 투자상품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K팝은 이미 세계적인 문화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K팝 아티스트들은 세계 각국에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글로벌 팬덤의 관심을 한국 자본시장과 연결하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음악이라는 친숙한 자산을 통한 새로운 투자 선택지를 제공하고,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 금융시장에 처음 참여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지금까지 음악을 투자할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들어왔다면, 앞으로는 K팝을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대표적인 투자자산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뮤직카우가 이러한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궁극적으로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기업이 되겠다.
◇정현경 뮤직카우 의장은…
사우스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 학사, 서강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2016년 세계 최초 음악저작권(IP)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서비스를 시작했다. 뮤직카우 사업 모델은 정 의장의 작사 경험에서 탄생했다. 정 의장은 울랄라세션 '너와 함께', 바비킴 '가슴앓이', 버스커버스커 '서울사람들' 등 국내 대중가요 작사에 참여했다.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산업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