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김정희 전국부장

민선 9기 대전시정이 출범 100일을 맞았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100일을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먼저 챙기면서 대전의 미래를 준비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온통대전 2.0 재출발을 비롯해 방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 대기업 투자 유치, 국비 확보 등 민생과 미래산업 분야에서 기반을 다졌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대전이 보유한 과학기술 역량을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동시에 의료·안전·교통 등 시민 생활과 맞닿은 분야의 체감형 정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허 시장에게 민선 9기 100일의 성과와 대전의 미래 비전, 주요 현안 추진 방향을 들어봤다.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의 소회와 주요 성과, 앞으로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변화는 무엇인가.
▲지난 100일은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먼저 챙기면서 대전의 미래를 준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시정을 맡겨주신 만큼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취임 첫 결재로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도 시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신속하게 풀어가자는 취지였다.
가장 뜻깊은 일 가운데 하나는 '온통대전 2.0'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779억원이 충전됐고 시민들에게 111억원의 캐시백이 돌아갔다. 앞으로 교통과 복지, 마일리지 등과 연결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경제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내년도 생활임금도 시간당 1만2630원으로 정했고, 5개 자치구의 기준을 맞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전의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도 성과가 있었다. 방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과 알테오젠의 2532억 원 투자, 국군사관학교 자운대 설립 확정 등이 대표적이다. 대전이 오랫동안 쌓아온 과학기술 역량을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할 기회가 한층 넓어진 것이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국비 5조1043억원이 반영된 만큼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의료와 안전처럼 시민의 일상과 맞닿은 분야에서 불편을 하나씩 줄여가는 데 더욱 집중하겠다.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 탄력운영을 확대하고, 대형화재 고위험시설은 올해 시범조사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응급환자가 적절한 병원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계도 정비하고 있다.
한화생명볼파크 관람석 3000석 증설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이달 말에는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청년의회도 출범할 예정이다. 지난 100일 동안 마련한 기반 위에서 시민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나씩 실행해 나가겠다.
-전국 지자체가 인공지능(AI)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대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대전은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 기반과 전문 인력이 풍부하다. 대덕특구의 기술을 국방과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의약에 접목하면 기업이 풀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지역기업의 AI 전환을 돕겠다. 기업 입장에서는 AI가 필요하다고 느껴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어떤 기술을 도입할지 막막할 수 있다. 현장의 수요를 듣고 적합한 연구진과 기술을 연결해 생산공정 개선이나 품질관리 등에 활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AI·반도체 융합실무 인재 1300명 양성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AI를 특정 부서의 업무에 한정하지 않고 기존 정책과 행정서비스 전반을 살펴 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분야부터 적용하겠다. 민원과 행정정보는 더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교통은 이동의 불편을 줄이며, 복지는 돌봄이 필요한 시민을 더욱 세심하게 지원하고, 재난·안전 분야에서는 신속한 판단과 대응을 돕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AI 기본 조례와 기본계획을 마련해 중장기적인 정책 기반도 갖춰 나가겠다.
-국가반도체종합연구소 대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왜 필요한가.
▲반도체는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실제 생산공정에서 성능을 검증하지 못하면 제품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은 고가의 장비와 시설을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렵다. 기업들이 함께 이용하면서 기술을 시험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국가반도체종합연구소는 현재 200㎜, 8인치 웨이퍼 중심의 실증 기반을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300㎜, 12인치로 확대하는 구상이다. 연구부터 측정·실증까지 전 공정을 지원해 기업이 개발한 소재와 부품, 장비를 산업 현장에 가까운 조건에서 검증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구상하고 있으며 시스템 및 국방반도체 등 대전의 미래산업을 키우는 기반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대전에는 KAIST와 ETRI, 나노종합기술원 등 연구기관과 전문인력이 모여 있다. 이러한 역량을 연결하면 연구소를 활용하는 기업에 기술 검증부터 문제 해결까지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 정부에 대전 설립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지역 정치권과 힘을 모아 국가계획과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덕특구의 연구 성과가 지역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대덕특구의 연구 성과를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기술 개발 이후 사업으로 키워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고객과 투자자를 만나며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단계마다 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다르기 때문이다.
창업부터 사업화, 투자, 지역 정착까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을 연결하겠다. 창업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400개 창업기업을 발굴·관리하고 대학·출연연·투자기관과 함께 기술과 사업화 자금,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2025년 말 1520개인 첨단 벤처기업을 2030년 6월까지 2000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스타트업 원스톱지원센터의 기능도 확대해 정보 안내부터 상담과 신청까지 한곳에서 돕겠다. 기업이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기업에 공간과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대덕특구의 건폐율·용적률과 실증시설 관련 규제 개선을 정부와 협의하고, 산업단지 조성으로 사업 확장에 필요한 공간도 확보할 계획이다.
-방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선정을 지역 방산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이번 특화단지는 죽동·대덕테크노밸리·안산 일원 등 약 803만㎡ 규모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연구개발과 시험·인증, 사업화, 인력양성을 지원한다. 지역기업 입장에서는 개발한 기술을 검증하고 방산 공급망에 진입할 기회가 넓어진다는 의미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 등이 요구하는 부품과 성능을 지역기업·연구기관이 개발 초기부터 함께 검토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하겠다. 이를 통해 공급망 참여 기업을 100개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 다음에는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의 연구 역량을 활용해 시험·평가와 인증을 지원하겠다. 생산 기반도 함께 갖춘다. 죽동과 대덕테크노밸리의 연구개발·시제품 제작 기능에 시험·인증 기반을 연결하고,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는 중장기 양산 거점으로 준비한다. 여기에 AI를 국방기술과 제조공정에 접목하는 방산 AX 클러스터 구상을 연계해 첨단 국방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겠다.
-'대전샛'이 누리호에 실려 발사됐다. 지역 우주산업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대전샛은 지역 우주기업 5개사가 개발한 초소형 위성이다. 지역기업이 직접 만든 위성과 부품을 우주에서 검증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주 분야는 기술이 좋아도 실제 우주환경에서 작동한 이력이 없으면 시장 진입이 어렵다. 대전샛에는 전자광학카메라와 태양전지판 모듈, 우주용 대용량 메모리 등이 실린다.
발사 이후 운용 과정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확인하면 참여 기업들이 고객과 투자자에게 제시할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를 부품 국산화와 후속 제품 개발, 국내외 투자유치와 수주로 연결할 계획이다. 위성정보를 활용하는 분야도 사업 기회를 넓히겠다. 위성영상에 AI·빅데이터·드론 기술을 결합해 도시와 환경의 변화를 살피고 재난·산불 대응과 시설물 관리 등에 활용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KAIST에서 2029년까지 약 44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우주기술혁신 인재양성센터와도 연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대전샛을 위성 운용과 영상 활용 실습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두고 대전은 어떤 기관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나.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본격화하면서 대전에도 중요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7개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직접 대전 이전 의사를 밝힌 것은 대덕특구와의 시너지, 교통과 정주 여건 등 대전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전시는 과학기술과 지식재산, 기술창업과 벤처성장 등 대전이 가진 강점에 기관의 기능을 연결해 '과학기술 창업 글로벌 혁신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5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대덕특구와 결합하면 연구개발에서 기술사업화까지 이어지는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방산과 기술금융, 철도 분야도 기존 산업·기관과 연계해 6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전시는 이미 40개 중점 유치기관을 선정해 수십 차례 기관을 방문했고 중앙부처와 국회에도 대전 이전의 필요성을 계속 설명해 왔다. 기관마다 필요한 조건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지원으로는 부족하다. 청사 입지와 업무공간은 물론 임직원과 가족의 주거·교육·교통 여건까지 기관별로 살펴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 필요한 기관이라면 대전시청사 공간이라도 내어드리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이전을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전의 가능성과 과제는 무엇이며, 이를 새로운 시정 비전에 어떻게 담았나.
▲ 다시 시정을 맡으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대전이 가진 좋은 여건을 시민의 삶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였다. 대전에는 19개 대학과 대덕특구 입주기관 3603개가 모여 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제조업 비중은 16.6%로 전국 13위에 머물렀다. 연구 역량은 풍부하지만 이를 기업의 생산과 투자로 연결할 여지는 여전히 크다고 본다.
대전에서 개발한 기술로 기업이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데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임기 초 제시한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이라는 비전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지난 9월 17일 비전선포식에서는 그 약속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민생 회복·미래 성장·시민 주권을 3대 핵심 가치로 두고 산업과 경제부터 주거·돌봄·안전, 시민참여까지 10대 전략에 담았다.
시민 입장에서는 첨단산업이 성장한다는 소식만큼 내 일자리가 나아지고 동네 가게에 손님이 늘어나는 변화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아이를 맡길 곳이 있고, 청년이 대전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1인당 개인소득 4000만 원 시대'라는 목표도 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대전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민생 회복과 미래산업 투자를 함께 이어가려면 재정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미래대응기금 도입과 관련해 지방 입장에서 가장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미래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면서 지방이 당장 써야 할 예산이 줄어드는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적립해 미래 투자와 경기 변동에 대비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지역마다 민생 여건과 산업 과제가 다른 만큼 지방이 스스로 판단해 쓸 수 있는 재원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대전시 분석으로는 내년 보통교부세가 기금 도입 전 1조7900억원에서 도입 후 1조2400억원으로 약 5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사업으로 지원받더라도 사용처가 정해져 있고 시비까지 보태야 한다면 정작 지역에 시급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은 부족해질 수 있다. 그래서 지방미래성장지원금을 3조5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고, 지역 재정 여건과 수요에 맞춰 배분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배분율을 가정하면 대전은 약 1200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지자체 대상 기금사업은 지방비 부담 없이 국비로 전액 지원해야 한다. 재정은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연중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는 교부세 재원으로 남겨 추가 재정 수요에 대응하고, 반대로 세입이 줄면 지방에 보전할 금액과 요건을 법률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방도 시민에게 약속한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면서 미래산업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다.
-임기 안에 시민에게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은 변화는 무엇이며, 내년부터 우선 실행할 과제는 무엇인가.
▲민생을 회복하는 일과 대전의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일, 이 두 가지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시민들이 당장 느끼는 물가와 생활비 부담을 덜고, 기업이 성장해 더 많은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내는 흐름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다. 민생 회복을 위해 지난 9월 1일부터 온통대전 2.0을 다시 시작했다. 시민의 소비 부담을 덜면서 그 소비가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의 매출로 이어지도록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2028년까지 기능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정책지원금과 생활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
내년에는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2043원에서 1만2630원으로 4.9% 인상하고, 5개 자치구의 생활임금 단일화도 추진한다. 일하는 시민의 생활 안정을 돕고 자치구별 기준 차이도 줄여 가겠다. 대전의 강점을 살린 4대 전략산업을 제대로 키우는 데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국방·차세대 반도체·바이오의약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이 기업의 투자와 생산,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와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등 산업 집적 거점도 차질 없이 조성해 나가겠다.
결국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기술이나 산업의 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성장이 일자리와 소득, 생활의 편리함으로 이어질 때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민선 9기 임기 동안 그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만들어 시민 여러분께서 대전의 변화를 일상에서 느끼실 수 있도록 하겠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허태정 대전시장은 1965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충남대를 졸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 인사행정관과 사회행정관을 지냈고, 과학기술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10년 대전 유성구청장에 당선돼 정치를 시작했고 2014년 재선에 이어 2018년 민선7기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2년 민선8기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올해 다시 승리하며 민선9기 닻을 올렸다.
대전=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