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격거리·RPS·전력망 등 제도 정비
태양광 중심 보급 확대 본격화 전망
유연접속·ESS로 계통 병목도 해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달성을 위해 출범 첫해가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2년차부터는 실제 보급량을 끌어올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연간 10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적어도 태양광 분야는 10GW 이상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풍력도 조금씩 본격화되고 있어 내년부터 10GW 이상의 재생에너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를 조기에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재 재생에너지 설비는 40GW에 조금 못 미쳐 앞으로 약 60GW를 추가해야 한다. 김 장관은 “남은 기간 60GW를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합리화하고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를 분리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법체계를 개편했다.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 등 관련 제도도 정비했다.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을 폐지하고 발전사의 의무이행 기준을 기존 발전량에서 설비용량 기준으로 전환했다. 접경지역과 간척지·영농형 태양광 등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정부 계획입지와 프로젝트별 밀착관리를 통해 해상풍력 확충에도 속도를 낸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전력망 접속 문제도 손질한다. 기후부는 신규 발전기를 전력망 수용량 이상으로 우선 접속시키고 초과 발전 시 출력을 일시적으로 제어하는 유연접속을 본격화한다. 호남권에서만 태양광 수용량을 2.6GW 추가 확보한다. 배전선과 변압기 포화지역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 신규 태양광 접속 여력을 늘린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으로 2030년 송전망의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을 119GW에서 171GW로 52GW 늘리고, 배전망 수용능력도 84GW에서 110GW로 26GW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태양광 사업 준비부터 실제 보급까지 1~2년 이상 걸릴 수 있다. 김 장관은 올해 마련한 제도적 기반이 내년부터 실제 보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장관은 “비행기가 뜨기가 어렵지 뜨고 나면 멀리 갈 수 있고 높이 날 수 있다”며 “지금 그 단계에 있다고 봐달라”고 말했다.

◇AI데이터센터 전용 전기요금 만든다…“국민 부담 전가 없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급증에 대응한 별도 전기요금 체계도 마련한다. 현재 일반용 전기요금 체계에 포함된 AI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특성을 반영해 전용 요금제를 설계하고 있다.
김 장관은 “AI데이터센터가 산업용 전기가 아니라 일반용 전기요금 체계에 묶여 있었다”며 “산업용으로 옮기는 게 타당할지, 별도 요금체계로 만드는 게 타당할지 고민해 왔고 일반용 C 요금을 별도로 해 AI데이터센터 전용요금을 설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증가에 따른 비용이 한전이나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요금 설계의 원칙으로 삼는다. 김 장관은 데이터센터에 원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요금을 적용하면 결국 다른 주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한전의 원가 부담이 늘어나거나 적자 요인이 생기거나 일반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도 추진한다.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을 요금에 반영하면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의 부담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AI·반도체 전력수요에 NDC 변수…“내년 초 감축계획 정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에는 AI와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가 변수로 떠올랐다. 김 장관은 “AI와 반도체 때문에 전력 분야 감축 목표가 조금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해서도 인정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안으로 가스발전을 줄이고 폐지 예정이던 일부 석탄발전을 추가 가동하는 '단기적 역진 현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실제로 목표한 만큼 탄소감축을 많이 못한 측면이 있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는 60개 석탄발전을 모두 줄여나가는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 부문 역시 철강·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른 생산 감소가 온실가스 감축에 영향을 미치는 등 변수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AI·반도체 전력수요와 산업별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내년 초 감축계획을 다시 정리해 국민에게 제시할 방침이다.
기후부는 지난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경로로 확정했다. 향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조화롭게 활용하면서 탈석탄 이행 경로를 구체화한다.

◇원전 공론화위 조만간 구성…12차 전기본 의견수렴 본격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원전 정책을 둘러싼 공론화도 본격화한다.
김 장관은 “조만간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고 전문가가 참여해 본격적인 공론 토론이 생길 것”이라며 “해외 사례와 국내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12차 전기본을 수립하면서 과거보다 정책 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AI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신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요 전망 자체가 수개월 사이에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공론화 과정에서 변화된 여건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부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함께 활용하고 탈석탄 이행안을 구체화해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계획이다.
◇4대강 보 처리 용역 10월 마무리…강별 순차 발표 검토
환경 분야에서는 4대강 보 처리 문제가 2년차 핵심 과제로 남았다. 4대강 보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은 이달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 장관은 “4대강 보 처리 관련 연구용역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대략 10월 정도에 용역이 마무리되면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4대강 전체 처리방안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방안과 강별로 순차 발표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금강은 장기간 일부 보가 개방돼 생태계 변화에 관한 자료가 축적됐지만 영산강·낙동강·한강 등은 완전 개방 이후의 생태 변화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취·양수장 개선 수준도 수계별로 달라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처리방안을 마련한다.
김 장관은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웠던 정책으로 녹조 대책을 꼽았다. 그는 “녹조계절관리제 등을 통해 성과를 내보려고 했지만 올해는 그 성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며 내년에는 비점오염원 저감과 물 흐름 개선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부도 출범 1주년 참고자료에서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낙동강과 섬진강 등을 대상으로 '국가주도 녹조집중관리 사업'을 신설하고 오염저감시설 설치와 녹조제거설비 투입 등을 추진한다.
◇서남권 반도체 4개 팹 용수 “공급 가능”…가뭄 대비 댐 연계
첨단산업 지원을 위해 전력과 함께 용수 공급능력도 확충한다. 김 장관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하루 60만톤 규모 용수와 관련해 현재 계획된 4개 팹에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장관은 영산강·섬진강 수계와 기존 댐의 공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 반도체 4개 팹에 공급하는 물은 일부 광주시민이 사용하는 생활하수 재처리를 포함하면 충분히 공급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서남권 반도체단지의 장기 물 수요가 하루 100만~130만톤까지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해 추가 수원 확보 방안을 검토했다. 동복댐 증고와 동복댐·주암댐 사이 동복천댐 신설 등을 검토했으며 비용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 대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국적인 가뭄에 대비해 댐과 댐을 연계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 장관은 “호남의 반도체 공장이 물 때문에 어려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출범 이후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한 부처가 통합 관리하는 것을 조직 통합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기업의 인프라 협의 창구를 일원화하고 전력·용수 기반시설을 동시에 구축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의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넘어 난방도 전기화…“가스배관 없는 아파트 추진”
기후부는 출범 2년차에 수송뿐 아니라 건물·산업 등 에너지 소비 전반의 전기화에도 속도를 낸다.
전기차 신차 비중은 23% 수준까지 높아졌다. 김 장관은 내년에는 이 비중이 3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버스에 이어 트럭·특수차량·선박·농기계·건설기계 등으로 전기화를 확대한다.
난방 분야에서는 히트펌프 보급을 본격화한다. 김 장관은 “내년에는 어떻게든 가스배관 없는 아파트도 지어서 건축물 분야 탈탄소를 보다 속도감 있게 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올해를 히트펌프 보급 원년으로 정하고 단독주택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설치비의 최대 70~80%를 지원했다. 히트펌프 관련 국내 제조업이 활성화되면서 해외 생산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생산라인도 구축돼 지난달부터 생산이 시작됐다.
김 장관은 “전력과 산업, 수송과 건물 전 분야에서 에너지 대전환과 탈탄소를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추진했다”며 “기후위기 대응, AI 시대에 대한 대비, 전기요금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퍼즐을 같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