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대국민 서비스와 정책 참여,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AI 민주정부' 구현에 나선다. 국민의 정책 참여와 공무원의 업무 방식, 공공데이터·법제·정보시스템 기반까지 AI를 통해 재정립하는 것이다.
황규철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실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정보통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정보통신미래모임)'에서 “디지털전환(DX)를 넘어 AI 대전환(AX)이 정부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AI 민주정부가 AI 네이티브 정부 실현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AI 네이티브 정부는 기존 행정 방식에 AI를 얹는 것을 넘어 AI를 전제로 업무·서비스·인프라 등을 재설계한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고 AI 민주정부 실현'은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핵심과제다. 대국민서비스 혁신, 정부효율성 제고 등을 통한 AI 정부 실현이 목표다. 이를 위해 범정부 AI 공통기반 구현, 전 공무원 AI 역량 강화 및 인재양성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민주정부의 방향은 △국민에게 친절한 정부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 △국민의 유능한 정부 등 세 가지다. 황 실장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AI 시대, AI 기술을 활용해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유능하고 친절한 정부”라고 설명했다.
먼저 국민에게 친절한 정부의 핵심은 국민이 찾아 신청하는 행정을 정부가 먼저 찾아주는 행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표 과제는 카카오·네이버 등 민간 플랫폼과 연계한 'AI 국민비서'다. 행안부는 AI가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검색하고 신청·발급까지 대신하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한 구직·출산·이사 등 국민의 생애주기별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혜택을 AI가 선제적으로 추천하는 서비스도 추진한다. 먼저 올해 말 19종 서비스를 대상으로 별도 신청 없이 자격 요건에 맞는 혜택을 자동 신청하는 기능을 시범 도입하고, 내년부터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황 실장은 “국민을 위한 정부는 AI가 먼저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전달하는 정부”라며 “국민이 신청하지 않더라도 조건이 맞으면 행정정보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 용어를 몰라도 일상적인 표현으로 서비스를 찾게 하는 대화형 검색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취약계층의 디지털 공공서비스 이용 문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황 실장은 “70대 이용자가 오타가 섞인 문장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물었는데 AI가 관련 서비스를 안내해 실제 신청까지 이어졌다”며 “AI가 디지털 격차를 메우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복지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5대 분야에 AI 상담을 우선 도입한다. 여러 기관을 거쳐야 하는 복합민원은 접수부터 부서 배정과 협의, 종결까지 'AI 통합민원플랫폼'에서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AI 재난·안전 서비스와 AI 기반 데이터 분석·활용 확대 등 재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AI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는 행정정보 공개 방식부터 바꾼다. 상급자 보고에 최적화된 HWP·PDF 중심 문서를 국민과 AI가 활용하기 쉬운 텍스트, 문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자료를 정책 단위로 연결하고, 정부 웹·앱에는 'AI 리더블' 공통 기준을 적용한다.
황 실장은 “지금까지 행정문서는 주로 상급자 보고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AI 시대에는 텍스트 중심으로 생산·공개돼야 한다”며 “국민이 공개된 자료를 AI로 활용해 정책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만들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국민이 공공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AI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AI 기반 국민 정책 참여 플랫폼 '모두의 광장'을 구축한다. AI가 국민의 정책 제안 작성을 돕고, 제안 내용과 유사한 정책 사례와 관련 법령·지침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유능한 정부'는 공무원의 반복 업무를 줄이고 행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내부 업무 혁신에 초점을 맞춘다.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여러 민간 AI 모델을 선택해 활용하는 '정부 전용 AI 공통기반'을 구축하고, 메일·메신저·드라이브·화상회의 등에 AI를 접목한 '온AI'를 도입한다.
특히 공무원 AI 활용능력을 강화한다. 전 공무원의 연간 2시간 AI 교육을 의무화하고, 행정 현장의 문제를 AI로 직접 해결하는 'AI 챔피언'을 2030년까지 2만명 양성한다.
공무원이 직접 업무용 서비스를 개발하는 'AI 정부 실험실'도 확대한다. 개발 결과는 공공 깃랩에 공유하고, 보안·품질 검증을 통과한 우수 과제는 정부가 유지보수를 맡거나 정식 정보화사업으로 전환한다.
AI 민주정부를 뒷받침할 성장·제도·운영 기반도 마련한다. 범정부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공통 RAG를 구축한다. 전자정부법 등에는 AI 행정처리의 효력·책임을 명문화하고 공공 AI 윤리기준과 영향평가를 도입한다.
황 실장은 “AI 민주정부는 대국민 서비스 혁신과 공무원 업무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IT 생태계와 산업 육성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서비스를 정식 정보화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구조가 정착되면 우리나라 공공 IT 생태계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