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난치성 뇌암인 '교모세포종'의 성장 스위치를 끄는 치료법을 찾아냈다.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연은 한태수 바이오신약중개연구센터 박사(UST 생명과학 전공 교수)팀이 교모세포종 세포의 증식을 유발하는 중요 스위치인 핵심 단백질(NMUR2)을 발견하고, 이 스위치를 차단해 암 성장을 억제하는 전략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의 뇌암 조직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정상 뇌 조직에 비해 암 조직에서 핵심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악성도가 높은 암일수록 이 단백질의 양이 늘어났다. 암세포에서 핵심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늘리자 암세포가 더 빠르게 자라고 주변으로 활발하게 이동했다. 반대로 이 단백질을 줄이자 암세포의 증식이 현저히 떨어졌다.
핵심 단백질은 암세포 내부의 신호 전달 과정을 거쳐 칼슘 이온을 방출시키고, 이 신호가 STAT5 단백질을 활성화하여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유전자(PIM1, FOXM1)들을 계속 작동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스위치를 끌 수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해 약 6,331종의 약물 라이브러리를 하나하나 탐색한 결과, 특정 물질(NNC 05-2090, 이하 특정 물질)이 핵심 단백질에 강력하게 결합하여 신호 전달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약물 재창출 전략을 활용했다. 기존 신약개발은 일반적으로 10~1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약물 재창출은 이미 안전성 및 약리 정보가 축적된 기존 화합물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찾기 때문에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핵심 단백질은 세포막에 위치해 약물이 접근하고 활성을 조절하기 용이한 G 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로, 이러한 약물 재창출 전략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치료 표적이다.
특정 물질을 교모세포종 세포와 뇌암을 유발한 생쥐 모델에 투여한 결과, 암세포의 신호 체계가 꺼지면서 세포 분열이 멈추고 암 크기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 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TMZ)와 특정 물질을 함께 투여했을 때 단독 투여보다 훨씬 뛰어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핵심 단백질의 뇌암 유발 기전을 명확히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병용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세포분열 과정의 여러 단계를 각각 막는 대신, 그보다 앞에서 성장 명령을 전달하는 핵심 단백질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여러 암 성장 신호를 동시에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태수 박사는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의 악성 증식을 유발하는 새로운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약물 가능성을 검증한 성과”라며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뇌혈관 장벽 투과력을 높이고 약물 전달 체계를 개선한다면 뇌암 환자들에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혁신 신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