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서울병원이 인공지능(AI)에 의무기록 정리를 맡기고, 의료진이 아낀 시간을 환자에게 쏟는 방향으로 AI 전환(AX) 추진 전략을 세웠다. 오는 12월 클라우드 전환에 맞춰 원내 AI를 전 직원에게 열고, 진단에 가까운 영역은 사용 권한을 나눠 단계적으로 개방한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AX추진단장(비뇨의학과 교수)은 “진료·연구·교육이 모두 AX로 효율적이 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케어의 질”이라며 “모든 결과와 판단은 최종적으로 임상의가 확인하며 환자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병원은 최근 디지털혁신추진단을 AX추진단으로 개편하고 이 단장을 초대 단장에 선임했다. 병원이 대화형 AI 'SMC-GPT'를 직접 구축한 배경에는 망 분리가 있다. 내부망이 외부 인터넷과 끊겨 있어 상용 AI를 그대로 쓸 수 없어서다.
이 단장은 “병원 데이터는 대부분 환자 건강정보여서 외부로 나갈 수 없다”며 “2023년 데이터센터를 옮겨 서버와 저장장치를 확보했고, 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전용 서버도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를 먼저 적용한 곳은 '진단'이 아닌 '기록'이다. 이 단장은 “전자의무기록(EMR)은 검사 결과와 외래·영상·수술·간호 기록이 작성자별로 따로 쌓여 주치의가 퇴원 요약지 한 장을 쓰려면 전부 되짚어야 한다”며 “외부에서 옮겨온 환자는 기록이 복사본이나 PDF 뭉치로 들어와 수술기록지 한 장 찾는 데만 수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올해 7월 전 직원에게 배포한 SMC-GPT는 퇴원 요약지·수술기록지 초안·외국인 환자용 영문 소견서를 만든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다이아(DAIA·다윈 AI 어시스턴트)'로 AI 혁신에 속도를 낸다. 원내 의료정보시스템 '다윈'에 붙는 기능으로, 외부 기록을 문자로 바꿔 요약·검색하는 '스캔', 음성 기록 '보이스', 흩어진 기록을 찾아주는 '서치'가 차례로 들어간다. 특히 '서치'가 겨냥하는 것은 약물 사고다.
이 단장은 “환자가 특정 약에 이상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별도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간호기록지에만 남는다”며 “내과에서 말한 내용을 외과 의사는 모른 채 같은 약을 처방할 수 있는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행정 분야는 직원 공모로 과제를 좁혔다. 접수된 70건을 심사해 20여개로 추렸다. 대표 과제인 간호 근무표 편성에 대해 이 단장은 “간호사 2000여명이 3교대로 도는데 주 52시간이나 당직 다음 날 근무 제외처럼 피해야 할 조건이 100여 가지”라며 “규칙 기반 시제품이 열몇 시간 걸리던 작업을 1시간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의료진 판단을 돕는 프로그램에는 제동 장치를 걸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임상 판단 보조 시스템 20여개가 다윈에 연결돼 있지만, 전공의에게는 진단까지 확정적으로 제시하는 프로그램의 사용을 제한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처음부터 다 쓰게 하면 의료진 훈련이 되지 않는다”며 “프로그램마다 권한 등급을 나누고, 도입 단계에서 AI위원회가 보안과 오류를 본 뒤 실무 그룹이 성능을 다시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를 향한 AI 기술 개발 방향성에 대한 제언도 했다.
그는 “인력을 대체하는 기술보다 인력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을 함께 가져갔으면 한다”며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환자나 직원이 쓰지 않으면 사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혁명은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고 행동의 변화에서 온다”며 “지금은 AI를 못 써도 불편한 정도지만 5년쯤 뒤 AI 없이는 생활이 안 되는 때가 오면 그때가 진짜 전환점”이라고 덧붙였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