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산업 혁신을 위해 등장한 디지털 보험사(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가 단 한곳만 남게 됐다. 작년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된 데 이어, 교보생명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채널로 판매를 제한하면서도 일반 보험사와 같은 수준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는 구조가 디지털 보험사 독자 생존을 어렵게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전일 교보라이프플래닛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내년 4월 합병이 완료되면 국내 디지털 보험사 가운데 남는 곳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뿐이다.
앞서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보도 지난해 9월 한화손보에 흡수됐다. 당시 한화손보는 캐롯손보 자본 건전성 개선과 디지털 보험 역량 통합을 주요 배경으로 밝혔다. 캐롯손보는 2025년 3분기 기준 건전성비율이(지급여력·K-ICS비율)이 47.9%까지 떨어지는 등 자본건전성이 악화된 상태였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13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보험업법상 최소치는 100%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장기간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 지급여력 규제를 맞추기 위해 모회사 교보생명의 자본 투입이 지속됐다. 교보생명은 교보라플 설립 이후 여섯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3370억원을 수혈한 바 있다.
교보생명 역시 교보라플 흡수합병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강화된 자본건전성 규제를 꼽았다. 현 규제 하에서 교보라플이 독립적인 성장을 지속하는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기준 교보라플 경과조치 전 건전성 비율은 163.0%로, 가장 최근 증자 직후였던 2024년 1분기(213.9%) 이후 50%p 이상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에 적용되는 채널, 건전성 규제를 구조적인 한계로 보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상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는 전체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인터넷 등 통신수단으로 모집해야 한다.
대면채널을 활용한 판매가 제한됨에도 건전성 분야에선 일반 보험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보험연구원이 진행한 디지털 보험시장 세미나에서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는 “디지털보험사가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 등 초기 투자를 확대할수록 K-ICS상 사업비예실차 위험액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디지털 보험사의 디지털 관련 무형자산 비중은 평균 7.84%로 대형 보험사(0.18%) 40배를 웃돌았다.
소액·간단보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미니보험사) 제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 최소 자본금을 기존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춰 신규 진입을 유도했지만, 현재 본허가를 받아 영업 중인 곳은 마이브라운 한 곳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요건이 축소됐지만, 미니보험사 설립을 위한 허들이 매우 높다”며 “디지털 보험사와 미니보험사 모두 대형 보험사들이 10년 이상 준비해 온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건전성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