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리더를 만나다] (6)이상용 감정평가법인 삼일 무형자산사업부 본부장 “지식재산처, 이제 '업역 대변인' 아닌 '통합 리더'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 지식재산(IP)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허와 상표를 출원하고 보호하는 데 머물렀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IP를 거래하고 금융과 투자에 활용하며 기업가치로 연결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IP 산업 외연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전문 직역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대표 사례가 IP 가치평가를 둘러싼 변리사와 감정평가사 간 업무영역 논쟁이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대한변리사회가 IP 가치평가를 변리사의 업무로 명문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면서 양 직역의 갈등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용 감정평가법인 삼일 무형자산사업부 본부장은 “IP 가치평가는 기술성만을 판단하는 업무가 아니라 경제·산업·기업·재무 분석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되는 독립적인 가치평가 업무”라며 말한다.

IP 가치평가를 둘러싼 현행 제도 쟁점과 전문 직역 간 갈등 원인, 새롭게 출범한 지식재산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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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감정평가법인 삼일 무형자산사업부 본부장

- IP 가치평가를 변리사 업무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IP 전문가로서 의견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대한변리사회가 IP 가치평가를 변리사 업무로 명문화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가치평가를 고유 업무로 수행해 온 감정평가사 직역과 수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IP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국가적 목표로 삼고 세계적인 IP 강국으로 도약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정작 IP산업의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상생과 발전을 논의하기보다 직역 간 갈등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이 문제를 단순한 직역 다툼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IP 가치평가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있다.

IP 가치평가는 특허의 기술적 우수성만 판단하는 업무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와 시장성, 기업 재무상태, 현금흐름,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는 복합적인 업무다. 따라서 국민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려면 전문성뿐만 아니라 독립성과 객관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

- IP산업 성장을 주도해야 할 '특허청'이 '지식재산처'로 승격된 이후, 어떤 역할 변화와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대한민국 IP 정책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에는 특허와 상표를 출원하고 보호하는 것이 IP 정책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지식재산을 거래하고, 금융화하고, 투자와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로 전환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참여하는 전문가도 다양해졌다. 감정평가사, 변리사,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기술거래사 그리고 수많은 IP서비스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지식재산처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특정 직역 업무영역을 넓혀주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연결하고, 직역 간 갈등을 조정하며, 전체 IP산업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특정 직역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식재산처가 대한민국 IP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조정자이자 컨트롤타워로서 상생과 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최근 변리사 IP 가치평가 업무를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정책적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생각한다.

-대한변리사회 주장 근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행 변리사법 제2조는 변리사가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고, 그 사항에 관한 '감정'과 그 밖의 사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감정'에 '평가'가 포함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법률 조문 어디에도 '감정은 곧 경제적 가치평가를 의미한다'거나 '변리사가 IP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지 않다. 현행 변리사법에는 가치평가 주체, 평가 내용, 절차, 평가서 형식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도 없다.

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도 여러 국회의원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고, 결국 관련 법안이 계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개념적으로도 '감정'과 '가치평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감정은 특정 사항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인 반면에, 가치평가는 대상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고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업무 목적과 방법에 차이가 있다.

대법원 역시 공인회계사 가치평가와 관련된 사건에서 감정과 경제적 가치평가를 동일한 개념으로 보지 않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 명칭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가치평가가 어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가다. 금융·투자·담보·소송 등에 활용되는 IP 가치평가는 단순히 기술성을 판단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 및 산업 분석, 기업 분석, 재무 분석, 자산·부채 조정, 수정 재무제표 작성, 수익성 분석, 현금흐름 추정, 기업가치 산정, 유형자산 차감, IP 기여도 추정, 위험 분석, 할인율 산정, 경제적 내용연수 판단 등 다양한 전문 영역이 종합적으로 결합된다.

따라서 IP 가치평가를 특정 직역 업무영역으로 단순하게 편입시키는 접근보다, 각 전문 분야 역량을 결합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정평가 독립성 수호를 위한 직역 침해 대응 긴급토론회에서 '생산자 가치평가 불가론'을 주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창안한 이론은 아니다. 가치평가에서 독립성은 공정성·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특허 출원과 등록 과정에 직접 관여한 사람이 다시 해당 권리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구조라면, 실제 평가 결과가 객관적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그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쉽게 비유하면 건설회사가 건물을 직접 건축한 뒤 금융기관에서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자신이 건축한 건물 담보가치를 직접 평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다.

평가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평가 업무에서는 평가 대상과 평가자 사이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돼 있는가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제가 말하고자 한 핵심은 특정 직역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가 독립성과 객관성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특허변호사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의 대한변리사회 가입을 의무화한 변리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러한 헌재 결정을 어떻게 보는가.

이 사건을 우리 전문자격사 사회가 한 번쯤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사례라고 생각한다. 대한변리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소송대리권 문제를 놓고 약 20년 동안 국회에서 다투어 온 결과가 결국 특허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전문직 단체와 제도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역설적이다.

다른 직역 자격자를 경쟁자로만 보기보다 하나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구축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갈등이 장기간 지속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전문직 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자격 배타성만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어떻게 견제하고 결합할 것인가다. 특히 자기 기술을 자기가 평가하고, 다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기 영역에서 판단하는 구조가 확대된다면 국가 경제시스템 객관성과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각 전문직 단체가 직업윤리와 전문직 간 상호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생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예로 든다면.

우선 감정평가사에게도 국가 IP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 IP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위원회와 지식재산처 관련 정책 및 연구 과정에 가치평가 전문가로서 감정평가사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발명진흥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과 제도 가운데 특정 전문직을 배제하거나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요소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변리사, 감정평가사,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기술거래사 등 각 분야 전문가가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개방형 IP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특정 직역의 파이를 나누는 방식보다 훨씬 큰 시장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식재산처는 특정 직역 업역을 개척하거나 확대해주는 기관이어서는 안 된다. 지식재산은 이제 대한민국 미래 산업과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국가자산이다. 특허를 많이 출원하는 것만으로는 세계적인 IP 강국이 될 수 없다. 좋은 IP를 만들고, 보호하고, 거래하고, 금융과 투자로 연결하고, 기업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건강한 IP 생태계 전체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초대 지식재산처장에게는 매우 막중한 시대적 사명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특정 직역 대변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지식재산 생태계 전체를 포용하는 조정자, 서로 다른 전문성을 연결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진정한 IP 컨트롤타워가 돼주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직역 간 경쟁을 넘어 상생과 화합을 통해 대한민국 IP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할 때다. 그것이 지식재산처가 새롭게 출범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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