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상자산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집을 사는 이른바 '코인 영끌'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주력 매수층인 30·40대가 전체 가상자산 조달 금액의 90% 가까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 현황'에 따르면, 자금조달 항목에 '가상화폐(자산) 매각대금'이 신설된 2월 10일부터 7월 말까지 가상자산 매각 대금으로 주택을 매수한 건수는 1688건, 조달 금액은 1485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매각 자금은 대부분 아파트로 향했다. 전체 금액의 89.6%인 1331억원이 아파트 매수에 사용됐으며, 다세대·연립주택은 6.6%, 단독·다가구주택은 3.6%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30대는 1139건에서 811억원을 조달했고, 40대는 377건에서 509억원을 마련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건수 기준 89.8%, 금액 기준 88.9%(1320억원)에 달한다. 거래 1건당 평균 조달액은 약 8710만원이었다.
가상자산 자금은 특히 고가 주택에 집중됐다. 전체 조달 금액의 64.1%인 952억원이 15억원 이상 주택을 사는 데 사용된 반면, 6억원 미만 주택에는 4.7%(약 68억원)만 투입됐다. DSR 등 대출 규제로 부족해진 자금을 가상자산 매각 대금으로 보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국 가상자산 조달 금액의 75.7%인 1123억원이 서울 주택 매수에 사용됐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용산구가 28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225억원, 강남구 124억원, 송파구 81억원 순이었다.
가상자산 매각 자금의 부동산 유입은 비트코인 가격과도 연동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섰던 4~5월에는 월별 조달 건수가 400건을 웃돌았지만, 조정장에 들어선 7월에는 221건으로 감소했다.
김종양 의원실은 대출 규제로 부족해진 주택 매수 자금을 가상자산 수익으로 보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고가 주택 시장이 자산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자금조달계획서에 가상화폐 매각대금 항목을 신설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편법 증여나 자금출처 조사 회피 등을 막기 위해 주택 취득 자금의 출처를 보다 면밀히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1억원 안팎으로 올라선 가운데 가상자산 수익이 서울 고가 주택 시장으로 다시 유입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