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금융 서비스가 완결되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비즈니스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디지털 대전환(AX)의 시대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비영리 단체와 사회연대경제 영역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기부 참여의 문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아졌으며, 수많은 모금 플랫폼과 솔루션이 등장하여 정산과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많은 비영리 활동가 및 공익 단체들과 소통하다 보면 여전히 뜻밖의 질문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솔루션에 우리 단체를 등록하기만 하면 후원자가 알아서 모입니까?” “남들처럼 올려놓으면 알아서 홍보와 모금을 모두 해주는 건가요?”
현장의 현실을 잘 알기에 더욱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세상에 '자동으로 모이는 후원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을 접목하고 자동화된 정산 시스템을 구축해 두어도, 단체 스스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면 기부라는 따뜻한 관계는 단 한 걸음도 시작되지 않는다. 기술은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고 관계를 매개하는 정교한 도구일 뿐, 없던 관계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연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는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말을 건네고 손을 내밀어야 비로소 친구가 만들어진다.”
지극히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 삶의 원칙은 기부와 소셜 임팩트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타인들이 제공하는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테크 기반의 참된 기부 솔루션과 재단이 수행해야 할 진짜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단체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와 이웃들에게 당당하고 쉽게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용기'와 '확실한 도구'를 쥐어주는 일이다.
현장의 많은 공익 활동가는 “지역 주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후원 요청이 상대에게 실례가 되거나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심리적 주저함 때문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망설이곤 한다. 디지털 기술과 혁신 솔루션은 바로 이러한 활동가들의 주저함과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주는 가장 든든한 '마중물'이어야 한다.
1:1 자립 매칭 지원금, 단체 고유의 독립적인 디지털 팀페이지, 그리고 하루 1000원의 부담 없는 소액 기부 결제 시스템은 단순한 기능적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단체가 지역 이웃들에게 “저희가 만드는 이 뜻깊은 변화에 첫손을 잡아주세요”라고 부담 없이 말을 건넬 수 있게 만드는 정당한 '명분'이자 '발판'이 되어준다.
결국 디지털 기술이 비영리 생태계에 제공해야 할 핵심 가치는 단순한 업무의 '대행'이나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돕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역량 강화) 솔루션'이다. 스스로 지지자 기반을 넓혀가며 민간 자립형 모금 모델로 성장해 나가는 여정의 진짜 주인공은 결국 현장에서 땀 흘리는 단체 자신이어야 한다. 재단이나 중간지원조직은 기부자를 알아서 모아다 주는 단순 대행업체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솔루션의 진정한 책임은 홍보를 대신해 주는 편의성에 있지 않다. 단체가 용기 내어 세상에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이 허공에서 맴돌지 않도록 든든한 기술적·재정적 안전망이 되어주는 데 있다. 씨앗을 틔운 단체가 지속가능한 자립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페이스메이커로 뛰어주는 것이다. 용기 있게 내민 그 다정한 손을 든든하게 받치는 것은 혁신 기술과 솔루션, 그리고 재단의 몫이다.
오늘도 현장에서 묵묵히 세상을 바꾸기 위해 뛰고 있는 공익 활동가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의 진심을 담아 세상에 첫손을 내밀 준비가 되었는가?
박정인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