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개별 기업이 보유한 제조 데이터를 업종별로 표준화하고 정부가 이를 구매하는 '제조 데이터 공공 수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AI 에이전트가 상품 검색부터 구매·결제까지 대신하는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 대비해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인프라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재정경제부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략경제와 중소기업 AI 전환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중소기업 대표와 협동조합 이사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경제자문단이 선정한 전략산업 중 AI 에이전트 커머스와 로봇 활용 확산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중소기업이 AI를 산업 현장에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GPU 등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고 제조업 특화 AI 모델 개발과 지역별 특성에 맞는 AI 도입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은 “AI 대전환 시대에는 경제·산업·과학기술·안보정책을 묶어 전략경제로 운영해야 한다”며 “그 과정의 핵심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준비와 산업 데이터를 표준화해 연결하는 K-온톨로지 프로젝트 및 AI 팩토리 활성화에 중소기업이 함께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포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AI 에이전트 커머스 플랫폼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AI 에이전트가 검색·구매·결제의 주체로 나서는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사람이 아닌 AI가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결제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관련 표준 선점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이 초기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면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이 혼자 대응할 수는 없다”며 업종별 협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기업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중소기업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자산으로 지목됐다. 김준하 GIST AI정책전략대학원장은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97%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이 안보 문제를 이유로 중국산 제품 인증을 제한하고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제조 공급망을 갖춘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특히 동종업계 기업 서너 곳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항목부터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정부가 이를 구매하는 방식의 '제조 데이터 공공 수매제'를 제안했다. 기업이 가진 핵심 데이터를 무조건 공유하도록 하기보다 공통 데이터부터 단계적으로 확보해 제조 AI 생태계의 기반을 만들자는 취지다.

다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데이터 공유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도 제기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설계나 디자인 등 각자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를 누가 다 내놓겠느냐”며 “같은 업종끼리 데이터를 다 공유하면 결국 가격 경쟁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미국 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처럼 전문 인력을 개별 기업 현장에 파견해 기업 내부에 축적된 암묵지를 데이터화하는 컨설팅 조직을 중소기업중앙회에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