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새벽배송, '시간 제한'보다 '현장 개선'이 먼저다

새벽배송 노동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회적 대화로 해법을 찾으려던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여당이 야간작업 시간을 주당 48시간 안팎으로 제한하는 입법에 나서면서다.

새벽배송은 이제 단순한 유통 서비스가 아니다. 소비자가 밤늦게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아침 받아보는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이미 소비자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새벽이라는 특정 시간대에 맞춰 신속하게 움직이는 물류망과 배송기사의 노동이다. 배송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은 서비스 운영 방식뿐 아니라 배송기사의 소득과 물류기업의 비용 구조까지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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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 기자

물류 현장에서는 이번 법안이 기사들의 근로 형태와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배송 기사는 대부분 '개인사업자' 형태로 근무한다. 본인의 체력과 목표 수입에 맞춰 근무 일정을 자율적으로 조절한다. 개인의 숙련도와 배송구역, 물량에 따라 노동시간과 소득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누구에게나 같은 노동 강도가 적용되는 구조가 아니다.

시간을 줄인다고 건강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는 새벽배송 시간제한으로 소득이 감소하면 낮 시간대 다른 일을 추가로 하는 '투잡' '쓰리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강권 보호를 위해 야간노동을 줄였는데 결과적으로 하루 전체 노동시간과 피로도가 늘어나는 역설이다.

기업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도 치솟는다. 기사들의 소득 보전과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한 추가 인력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결국 배송비와 멤버십 가격, 입점업체의 수수료와 납품단가 등을 통해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보호'다. 단순히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특수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거나 일정 기간 연속 야간 근무를 제한하는 등 건강을 직접적으로 챙길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이 우선이다. 일방적인 법적 강제보다는 업계와 종사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사회적 합의가 바람직한 해법일 수 있다.

물류 현장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관리체계도 요구된다. 배송기사는 개인별 체력과 숙련도, 담당 구역, 물량에 따라 적정 노동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기사에게 동일한 시간을 강제하기보다 과도한 노동이 발생하는 구역과 기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 물량을 조정하거나 휴식을 부여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다. 기업들도 배송 단가와 물량 배분, 대체인력 운영 등 노동 강도를 결정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새벽배송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몇 시간을 줄이느냐가 아니다. 노동자가 무리하지 않고도 적정한 소득을 얻고 충분한 휴식과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국회는 단순히 새벽배송 시간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건강진단, 휴식권, 대체인력, 물량관리 등 현장에서 실제로 노동 강도를 낮출 수 있는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의 건강권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든 규제가 소득 감소와 인력 부족이라는 또 다른 부담으로 이어진다면 정책의 목적과 수단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물류 산업의 혁신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현장의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는 정교한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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