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청소기를 처음 쓴 건 한경희 스팀청소기 유행이 조금 지난 시절이다. 결혼하고 나니 어느새 집에 그 물건이 있었다. 한참 유행하던 초기 핸디형 다이슨 무선청소기 제품과 함께 쓰니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물걸레질까지 가능한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어느 순간 제품이 고장났다. 수리를 알아보니 꽤나 번거로웠다. 청소 후 걸레를 빨아도 묵은 냄새가 잘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일회용 물걸레 청소포를 끼워 쓰는 밀대로 돌아갔다. 의외로 큰 불편은 없었다. 청소포를 끼우고 바닥을 한 번 훑은 뒤 버리면 그만이니까. 허리 안굽히고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스팀청소기를 잊고 지내다 오랜만에 다시 썼다. 중국 가전기업 드리미의 습건식 청소기 'T16 프로 스팀'이다.
◇200℃ 스팀보다 인상적인 '오수 회수'

T16 프로 스팀은 200℃ 스팀과 최대 90℃ 온수, 3만Pa 흡입력을 앞세운 제품이다. 먼지를 빨아들이면서 롤러로 물걸레 청소를 하고, 바닥을 닦고 난 오염수는 다시 빨아들여 별도 오수통에 모은다. 청소가 끝나면 롤러도 자동으로 세척한다.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오수통이다. 과거 스팀청소기가 물을 데워 닦고 지나가는 정도라면 이 제품은 바닥을 닦고 난 오염수를 다시 빨아들인다. 회전형 물걸레 패드를 사용하는 제품들과 달리 물걸레가 롤러 형태로 달려 있다. 롤러 앞에는 로봇팔이 달려 있어 모퉁이까지 청소가 가능하다.
평소 바닥에 생기는 오염은 대부분 먼지나 머리카락, 음식 부스러기 정도다. 일회용 물걸레 청소포로도 큰 불만 없이 지냈던 이유다. 하지만 청소포 밀대는 깨끗한 청소포로 시작해도 바닥을 닦을수록 더러워진 같은 청소포로 나머지 공간을 계속 닦게 된다. 과거 사용하던 스팀청소기도 마찬가지다. T16 프로 스팀은 깨끗한 물을 롤러에 공급해 바닥을 닦고 오염된 물은 곧바로 빨아들여 따로 모은다.
머리카락 청소는 특히 인상적이다. 일반 건식 청소기는 청소 뒤 먼지통에 머리카락이 엉켜있는 경우가 잦다. 이 제품은 특수 스크레이퍼로 흡입 과정에서 엉킨 머리카락을 끊어낸다. 오수통 위 필터에 걸러진 젖은 머리카락만 씻어내면 그만이다.
◇무겁지만 잘 움직인다…오염 많은 공간에 강점

200℃ 스팀은 예상만큼 쓸 일이 많지 않았다. 아이가 있는 집의 특성상 집안 전체를 여유있게 청소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동봉된 거품 바닥 클리너까지 투입해 스팀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꽤나 긴 청소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일상적인 청소에는 일반 물걸레 모드만으로도 충분했다.
스팀과 온수, 동봉된 바닥 클리너까지 활용하는 본격 청소는 자연스럽게 주방 등 오염이 심한 공간에 집중됐다. 특히 현관, 베란다, 다용도실 청소에 적절하다. 자주 오가지 않지만 청소를 자주하기 어려운 공간 또는 단순 물청소로는 아쉬운 공간에 투입하면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화장실·욕실 바닥 청소에 활용하기도 좋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도 장점이 크다. 신발을 신고 실내외를 오가는 생활환경도 마찬가지다. 오염이 많은 바닥일수록 스팀과 온수, 오수 회수라는 기능을 활용할 여지가 커진다.
10여년전 스팀청소기와 비교하면 조작은 크게 편해졌다. 본체가 스스로 앞뒤 움직임을 보조해 평평한 바닥을 닦을 때는 제품 무게만큼 힘이 들지는 않는다. 청소기 머리에 달린 바퀴는 자동으로 이동을 견인해 손목에도 큰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 180도로 눕힐 수 있어 소파 아래를 청소하는 것도 수월하다.

중량감은 상당하다. 박스에 적힌 제품 순중량만도 8.8kg, 총 중량은 12.3kg이다. 본체 중량도 6.7kg으로 가벼운 편은 아니다. 830mL의 정수통까지 채우면 더 묵직하다. 청소포 밀대처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원하는 곳만 닦고 끝내는 제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충전을 위해 제품 자체를 들어 옮길 때는 무게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