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건망증·치매 차이 소개
고혈압·당뇨·흡연이 뇌 노화 앞당겨
수면·운동·식습관이 인지기능 관리 좌우
6개월 이상 변화 지속 땐 신경검사 필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깜박하거나,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경험을 한다. 이런 단순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곧 기억이 나고, 나중에라도 그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기억한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을 주지 않고 증상이 심해지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반면 치매 초기에는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물어보거나, 최근 있었던 일 자체를 통째로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힌트를 줘도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 이름을 자꾸 다른 말로 돌려 말하거나, 늘 다니던 익숙한 길에서 방향을 헷갈리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돈 관리와 약 복용처럼 평소 능숙하게 해내던 일을 힘들어한다면 단순한 건망증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대수롭게 넘기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고혈압과 당뇨병, 흡연은 뇌 노화를 앞당기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이들 질환은 뇌로 가는 작은 혈관을 서서히 손상시켜 혈류를 줄이고, 그 결과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 곳곳에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손상이 쌓이는 백질변성이 생길 수 있다. 이는 혈관성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당뇨병 역시 뇌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인지기능 저하와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산소 공급을 방해해 뇌 노화를 가속하므로, 혈압과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고 금연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낮 동안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작업을 한다. 잠이 부족하면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새로 배운 내용이나 겪은 일이 기억에 잘 남지 않을 수 있다.
수면 중에는 뇌 속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는 작용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특히 치매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찌꺼기를 씻어내는 과정이 이뤄지는데, 만성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노폐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못해 뇌에 축적되고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잠을 자주 설치거나 수면무호흡증처럼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하루 7시간 안팎의 규칙적인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중요한 뇌 건강 관리법으로 볼 수 있다.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늘리고, 새로운 뇌세포의 연결을 돕는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주일에 150분 이상 몸을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짧게라도 매일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끔 몰아서 오래 운동하는 것보다 뇌 건강 관리에 더 유리하다.
식습관 면에서는 생선과 채소, 견과류, 올리브유를 충분히 먹고 붉은 고기와 가공식품,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지중해식 식단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뇌세포막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새로운 외국어나 악기를 배우고, 사람들과 자주 대화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등 뇌를 다양하게 자극하는 활동을 병행하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기억력 변화는 본인보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이야기나 질문을 반복하거나, 최근 약속을 자주 잊거나, 물건 관리와 돈 계산처럼 평소 잘하던 일을 힘들어한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성격이 이전과 달리 갑자기 무기력해지거나 예민해지는 변화, 즐겨 하던 취미나 사회 활동에 흥미를 잃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늘 다니던 길에서 방향을 헷갈리거나 요리 중 순서를 자꾸 빠뜨리는 것 역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변화다.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서서히 진행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노화로 치부하지 말고, 신경과나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신경심리검사와 뇌 영상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가능한 원인을 찾아내고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