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전자 탈환 앞뒀는데…800만 삼성 개미들, 역대 최대 주주환원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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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세부안 공개 후 주가 오히려 하락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빠지면서
SK하닉과 비교, 실망 매물 쏟아져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미 주가에 대규모 주주환원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된 데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즉각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빠지면서 '재료 소멸'과 실망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3.87% 오른 28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8만5000원까지 오르며 30만원대 주가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정규장 마감 직후 주주환원 세부안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체거래소(NXT) 애프터마켓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정규장 종가보다 4~5% 이상 하락하며 26만~27만원대로 밀려 정규장에서 기록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올해 총 주주환원 재원은 90조~110조원이다.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규모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며, 기존 삼성전자의 최대 규모였던 2020년 약 20조3000억원의 5배에 달한다.

회사는 우선 3분기에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나머지 60조~80조원의 집행 방식은 올해 연간 실적이 확정된 뒤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시장이 바로 이 '나머지'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환원 규모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처럼 주당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치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큰 규모로 실행될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날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

이는 SK하이닉스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규모와 실행 방식까지 한꺼번에 공개하면서 시장의 즉각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정규장 마감 이후 애프터마켓에서 급락한 사이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상승했다. 시장이 주주환원의 절대적인 규모보다 '즉시 실행되는 주주가치 제고'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도 주가 하락을 키웠다. 발표 전 일부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규모가 15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결국 최대 110조원이라는 역사적인 숫자도 이미 높아진 기대를 뛰어넘는 '깜짝 카드'로 받아들여지지는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삼성전자의 펀더멘털 변화보다는 기대 선반영에 따른 차익 실현과 실망 매물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대규모 현금배당에 따른 배당수익률이 높아져 장기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을 유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시장의 시선은 내년 1월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남은 60~80조원의 재원을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대규모로 배정할 경우 이번 발표에서 부족했던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새로운 주가 상승 동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면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은 주주환원 규모 자체보다 반도체 실적과 AI 투자 사이클, 그리고 내년 초 확정될 잔여 주주환원의 구체적인 형태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 797만124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보다 약 292만명 증가한 규모다. 국내 성인 인구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성인 5명 가운데 1명꼴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셈이다.

국민주로 자리 잡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을 약속했음에도 주가가 급락한 것은 국내 증시에서 주주환원의 기준이 단순한 '금액'에서 실제 주당가치를 얼마나 높이는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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