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연내 양산 개시
HBM용 시장 확장 기대
일본과 독일 기업이 독점해 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접착소재 시장에 우리나라 기업이 진입 준비를 마쳤다.
국내 소재 스타트업 코파는 반도체 칩과 기판 사이 공간을 채우는 언더필(Underfill) 개발에 성공, 주요 패키징기업과 품질평가(퀄)에 돌입했다고 6일 밝혔다. 퀄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이르면 연내 초기 양산을 개시할 계획이며, 이후 HBM용 언더필까지 시장 확장을 타진한다.
언더필은 머리카락(30~80㎛)보다 얇은 공간을 채우는 액상 수지다. 실리콘 칩과 기판은 온도 변화에 따라 팽창하고 수축하는 정도가 서로 다른데, 이 차이가 반복되면 범프(칩과 기판 사이의 전기적 연결을 위한 작은 금속 돌기)에 응력이 집중돼 크랙이나 접합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AI 가속기처럼 칩이 커지고 열이 많아질수록 이 보강의 중요도는 커진다.
코파는 플립칩(칩을 뒤집어 범프로 기판에 연결하는 방식) 패키지에서 범프 높이 30㎛, 범프 피치(범프 간 간격) 40㎛대 조건의 모세관 언더필(CUF) 충진(채움)과 전기적 구동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개발한 샘플로 복수 패키징 기업과 품질평가를 진행 중이다.
품질평가를 마치고 양산을 시작하면 국산 언더필 공급망 확보라는 성과를 거둔다. 전자접착제 전체 시장에서는 독일과 일본이 파이를 양분하고 있다. 특히 플립칩과 HBM 언더필 영역에서는 일본 나믹스 제품이 사실상 표준처럼 쓰인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전자접착제 시장은 전자·IT 생산 확대와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매년 6.8% 성장세를 보인다. 2025년 131억7000만 달러, 2026년 139억6000만 달러에서 2034년 240억8000만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2025년 기준 아시아태평양 비중은 53.45%로 가장 높다.
이 가운데 언더필 시장은 물량은 적어도 단가가 높은 분야다. 첨단 패키징 수요 때문에 성장속도가 더욱 빠르다. 하지만 국내 기업 진입은 상당히 더딘 편이다. 외주 공장이나 대형 반도체 기업에 채택돼 판매 중인 국산 플립칩 언더필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국산 플립칩 언더필 소재가 시장에 진입하면 시장 규모가 더욱 큰 HBM 언더필 영역으로 확장도 용이해진다.
HBM 제조사들은 일본산 접착 소재 공급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우려한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당시 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를 구하지 못해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웠던 경험 때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나믹스의 언더필, 삼성전자는 레조낙(필름형 NCF)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기남 코파 대표는 “한국이 메모리와 HBM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지탱하는 패키징 소재에서도 새로운 세대의 국내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첨단 패키징 업계가 요구하기 시작한 5㎛급 영역까지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