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이지스헬스케어와 수탁검사기관 씨젠의료재단 간 분쟁으로 검사결과 연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의 EMR 인증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MR 상호운용성과 의료데이터 이동권을 보장하고 기업 간 분쟁이 발생해도 필수 진료 기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지스헬스케어가 지난달 1일부터 씨젠의료재단의 검사결과 전산 연동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는 전국 병·의원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지스헬스케어 EMR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그동안 씨젠의료재단에 의뢰한 검사결과를 EMR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으나 연동 중단 이후에는 씨젠의료재단 홈페이지에 별도로 접속해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사태가 약 두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양사는 검사결과 전산 연동 중단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지스헬스케어가 연동 계약 연장 조건으로 소송 취하를 요구하면서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MR은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처방, 검사결과 등을 통합 관리하는 핵심 인프라다. 오랜 기간 축적된 환자 데이터와 의료기관의 내부 업무 절차가 EMR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어 다른 시스템으로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교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진료·행정 절차 전반을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탁검사기관의 경우 정확한 검사·진료 연속성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이에 병·의원에서는 특정 EMR 플랫폼에 대한 종속도를 낮추고, 상호운용성과 의료데이터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진료기록, 처방, 검사결과, 의료기기 등이 EMR을 중심으로 연결된 만큼 EMR 기업의 연동 정책이 진료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 간 분쟁이나 계약 종료 때도 환자 진료와 직결된 기능은 일정 기간 유지하도록 하는 '필수 서비스 연속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권고 수준인 EMR 인증을 의무화하고 인증 기준에 상호운용성, 데이터 이동, 외부 사업자에 대한 중립성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지역 한 의료진은 “어떤 검사기관을 이용할지는 진료 환경과 서비스 수준 등을 고려해 의료진이 판단할 문제”라며 “EMR과 연동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검사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워진다면 의료기관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소속 한 내과 전문의는 “검사결과와 과거 검사 이력은 특정 EMR 사업자나 수탁검사기관의 자산이 아니라 환자 진료에 활용돼야 할 의료정보”라며 “EMR 종류와 관계없이 의료기관이 선택한 수탁검사기관의 검사결과를 안정적으로 연동·조회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환자 안전, 의료 데이터 표준화, 진료 연속성 지원을 위해 국내 EMR 시스템에 대한 국가 표준과 적합성 검증 제도인 'EMR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친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개원의나 중소 병원들이 표준 시스템으로 수정·교체하는데 따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품인증과 사용인증으로 나뉜 EMR 시스템 인증제를 일원화하는 등 표준 EMR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종합병원 이상 대상 의료질 평가에서 EMR 인증을 받을 경우 가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