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백남준에서 'K로봇'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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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춤을 춘다. 주먹을 날리고 검을 휘두르고 공중제비를 돈다. 로봇 전시회와 발표회에서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기술 수준을 보여주기에 이만큼 눈에 띄는 장면도 없다. 그런데 이런 시연을 몇 번 보다 보면 질문이 생긴다. '그래서 이 로봇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60여년 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도 로봇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1964년 등장한 '로봇 K-456'은 지금의 휴머노이드와 비교하면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해야 했다. 그런데 백남준은 이 로봇으로 당시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 로봇을 거리로 데리고 나가고 음악가와 공연하게 하고 자동차에 치여 쓰러지게 했다.

로봇의 쓰임새는 춤과 무술에 있지 않다. 산업현장에서 인간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일을 대신하고, 궁극적으로는 일상에서 인간과 함께 일해야 한다. 이제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쓸모'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 세계는 중국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거대한 생산기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생산량과 가격이 로봇 산업 경쟁력의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고 시장과 산업을 여는 일이다.

백남준을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당시만 해도 현대미술의 변방에 가까웠지만 백남준이라는 예술가는 기존에 없던 비디오아트의 세계를 열었다. K팝과 K드라마, K반도체 역시 종주국을 그대로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만의 방식을 만들었다.

휴머노이드도 마찬가지다. 우리 제조업과 인공지능(AI), 콘텐츠와 서비스 산업을 결합해 다른 나라가 생각하지 못한 로봇의 역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세계가 중국에서 얼마나 많은 로봇을 만들어내는지를 본다면, 한국은 그 로봇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나라가 돼야 한다.

K팝과 K드라마, K반도체가 그랬듯 새로운 산업적·문화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제 이런 가치를 담은 'K로봇'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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