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 속도가 전력망의 현실적 한계를 압도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목표에 비상이 걸렸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이 미국 전역에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 60곳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 시설이 완전 가동에 돌입할 경우 매년 총 1억15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뿜어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미국 전력 부문 전체 연간 배출량의 약 7%에 맞먹는 수치로, 대형 석탄발전소 27기 또는 휘발유 승용차 2400만대를 1년 동안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동등한 수준이다.
문제는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전력 공급사들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조를 거꾸로 거스르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업체 중 75%가 신규 가스 복합화력 발전 설비를 계획 중이거나 이미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가운데 17%는 규제 당국에 제출한 문서에서 해당 가스 발전소의 건립 목적이 오직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지원에 있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당초 퇴출 예정이던 노후 석탄발전소들의 가동 중단 시점이 줄줄이 연기되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그간 빅테크 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으나, 이번 분석은 AI 붐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실질적인 탄소 감축 노력을 무력화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FT는 지적했다.
청정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그리드랩의 테일러 맥네어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재생에너지 보급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력 수요가 단기간에 폭등하면 전력회사는 결국 가장 손쉽고 빠른 대응책인 가스 발전 확대로 회귀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주요 빅테크의 최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보면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따른 배출량 급증세가 드러난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기 구매 관련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전체 배출량이 16% 늘었다고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을 주원인으로 지목하며 배출량이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또한 공급망 활동 확대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매입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전력 소비를 청정에너지 투자로 상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물리적인 인프라 확장이 유발하는 단기적 탄소 배출 급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파벳 측은 보고서를 통해 “AI의 전례 없는 성장에 비례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