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U 규격 논란 커지는 공공 AI CCTV 사업… 업계 ”특정 제품 겨냥“ 잇단 문제 제기”

사전규격 공개에 “특정 사양 그대로” 수정 요구 잇따라
30B VLM·60GB 메모리 등 고사양 기준…“기술 필요성부터 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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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AI CCTV 전환 사업을 둘러싸고 입찰 규격의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AI이미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AI CCTV 전환 사업을 둘러싸고 입찰 규격의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목적에 맞는 성능 기준보다 특정 하드웨어 사양이 과도하게 반영되면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업계의 문제 제기가 사전규격 공개 단계부터 잇따랐기 때문이다.

전자신문 취재에 따르면 경상남도와 울산광역시, 한국도로공사 등이 발주한 공공 AI CCTV 전환 사업에서는 모두 국산 NPU 기반 AI 영상분석 시스템 구축을 전제로 한 제안요청서가 작성됐다. 사업 목적은 기존 CCTV 영상에서 객체를 탐지하는 수준을 넘어 비전언어모델(VLM)을 활용해 상황을 자연어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차세대 관제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그러나 사전규격 공개 과정에서 복수 AI·영상분석 업체들은 제안요청서가 특정 제품 규격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업계가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은 NPU 서버 규격이다. 사전규격 의견서에는 메모리 용량과 메모리 대역폭, 연산 성능(TFLOPS·TOPS), 카드 수, 서버 형태 등이 특정 제품 사양과 사실상 동일하게 구성돼 있다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제출됐다. 일부 업체는 특정 NPU 서버의 공개 사양과 비교표까지 첨부하며 “이 상태로는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는 사실상 참여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쟁점은 VLM 요구 수준이다. 경상남도와 울산광역시 사업은 30B(300억개 매개변수)급 이상의 VLM 또는 이에 준하는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공공 CCTV에서 중요한 것은 모델 크기가 아니라 탐지 정확도와 응답속도, 오탐률, 시스템 안정성”이라며 “30B를 필수 수준으로 제시한 기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상남도 사업에서는 NPU 카드당 메모리 60GB 이상과 서버 전체 메모리 6144GB 이상 등의 권장 사양도 제시됐다. 업계는 이러한 수치가 실제 업무 요구보다 특정 하드웨어 구성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안요청서에는 30B급 모델이 실제 재난관제 업무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유나, GPU와 NPU를 동일 조건에서 비교한 성능 검증 결과는 포함돼 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는 또 벤더 종속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현재 NPU는 제조사마다 지원하는 런타임과 컴파일러, 모델 변환 방식이 서로 달라 특정 환경에 맞춰 개발한 AI 모델은 다른 NPU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추가 개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특정 NPU 환경에 맞춘 규격은 향후 장비 교체나 시스템 확장 시 공공기관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전 인증 요구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일부 사업은 GS 인증과 AI 인증 등을 사업 초기 단계에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입찰 전에 이미 인증을 확보한 업체만 참여하기 쉬운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동등한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확인된 사전규격 의견서를 보면 동일한 취지의 의견이 여러 업체로부터 반복적으로 제출됐으며, 발주기관은 일부 규격을 수정하거나 표현을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한 업계 우려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성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동일한 영상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기존 GPU 기반 시스템과 비교할 때, NPU 기반 시스템이 장비 도입비와 소프트웨어 최적화, 모델 변환, 유지관리 비용을 포함한 총소유비용 측면에서 뚜렷한 절감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특정 NPU와 대규모 메모리 구성을 사실상 전제로 할 경우 전체 사업비가 증가해 한정된 공공예산으로 구축할 수 있는 CCTV 분석 채널과 서비스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 AI 인프라 확대라는 정책 방향 자체보다도 발주 방식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공공사업은 특정 제품 사양이 아니라 필요한 성능과 기능을 중심으로 요구사항을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다양한 기술이 경쟁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기술 혁신과 예산 효율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AI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과 공정한 경쟁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기술적 필요성과 가격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규격을 설계하는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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