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 강화 시점을 앞당겼다. 당초 8월 중 시행하려던 조치를 오는 31일부터 적용한다. 개인 일반투자자가 국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하려면 계좌에 현금 3000만원을 보유해야 한다. 지금은 주식·상장지수펀드(ETF)·채권 등 대용증권을 포함해 1000만원이면 거래할 수 있다. 앞으로는 증권을 판 돈도 결제가 끝나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T+2일에야 예탁금으로 인정되고, 매도대금 담보대출도 예탁금에서 제외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것은 지난 5월 27일이다. 불과 두 달여 만에 진입 문턱이 세 배로 높아진 셈이다. 지난 16일에는 신규 상장과 광고가 즉시 중단됐다. 괴리율 관리 기준은 3%에서 2%로 강화되고 거래 단위도 1좌에서 20좌로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속도에는 이유가 있다.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16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이달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당국이 제시한 연율화 주가 변동성(5월26일~7월10일)도 삼성전자 96%, SK하이닉스 113%에 달했다. 국내 증시에서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절반을 넘은 상황에서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까지 과열되면 시장 변동성을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를 외면하기 어렵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문제는 처음 내놓은 정책의 설계가 충분했는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위험 구조가 명확한 상품이었다.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기초자산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손실이 쌓이는 '변동성 잠식'이 발생한다. 당국도 출시 전부터 이 같은 위험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위험을 알고 있었다면 자금이 몰릴 가능성과 시장에 미칠 충격 역시 출시 전에 더 면밀히 따졌어야 한다.
물론 금융위는 1월 30일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예고했고, 사전교육과 1000만원 기본예탁금 등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지난달 26부터는 해외 상장 상품에도 같은 교육과 예탁금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국내 상품 출시 이후 홍콩 상장 관련 상품 투자가 순매도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책의 무게중심은 선택권 확대에서 시장 안정으로 급격히 옮겨갔다. 지난 16일 신규 상장과 광고가 중단됐고, 8일 뒤에는 예탁금 강화 일정까지 앞당겨졌다. 문제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을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전에 수요가 얼마나 몰릴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상품이 집중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충분히 검토했는지 묻게 된다.
정책이 짧은 기간에 급선회하면 비용은 투자자와 금융회사 등 시장 참여자가 지게 된다. 기존 투자자는 상품을 계속 보유하거나 매도할 수 있지만 오는 31일부터 현금 3000만원이 없으면 추가 매수를 할 수 없다. 분할매수나 가격 하락 때 비중을 늘리려던 투자자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 금융회사도 관련 전산을 수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기한 내 전산 개발을 마치지 못한 증권사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거래 제한을 권고할 방침이다.
새 금융상품이 나오면 시행착오가 따를 수 있다. 그렇다고 출시부터 제동까지 두 달밖에 걸리지 않은 정책을 단순한 '시장 상황 변화'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전 검증과 단계적 도입, 총량 관리 같은 완충 장치가 부족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렸다는 사실만으로 정책 당국의 책임은 끝나지 않는다. 지난 두 달의 혼란은 정책 설계자의 예측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