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中, 전기차 '세금 보조금 시대' 막 내린다…배터리 소비세 부활에 산업 재편 본격화

Photo Image
생성형 AI 이미지.

중국 정부가 10년 넘게 유지해 온 신에너지 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세제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성숙한 기술에 대한 보편적 세금 면제를 종료하는 대신 차세대 기술에만 선택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산업 전반의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재정부와 해관총서, 국가세무총국은 공동으로 일부 배터리 소비세 정책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와 전력용 배터리, 태양광 배터리 등 상용화가 완료된 제품에는 소비세가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반면에 나트륨이온 배터리와 고체배터리, 연료전지, 차세대 태양광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에는 일정 기간 소비세를 면제해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10년 이상 이어져 온 배터리 소비세 면제 제도를 사실상 종료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신에너지차(NEV) 구매세 감면 축소와 차량·선박세 면제 종료 정책과 함께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에너지 세제 개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새로운 제도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와 1차 리튬 배터리, 니켈수소 배터리, 바나듐 플로우 배터리 등 기술적으로 성숙한 제품에는 2026년 9월부터 2%의 소비세가 부과되고,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9월부터 세율이 4%로 인상된다. 태양광 배터리 역시 2027년 4월부터 2% 소비세가 적용되며, 2028년부터는 4%로 확대된다.

반대로 나트륨이온 배터리와 고체배터리, 연료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탠덤 전지, 갈륨비소 태양전지 등은 2028년 말까지 소비세가 면제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기존 기술은 시장 경쟁에 맡기고, 아직 상용화 단계에 있는 신기술에는 정책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배터리를 소비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면서도 리튬이온 배터리와 태양광 전지, 연료전지 등에 대해서는 면세를 적용해 산업 육성을 지원해 왔다. 이후 10년 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 배터리와 태양광 생산국으로 성장했으며, 관련 산업 생태계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정부는 이제 보편적인 세제 혜택보다 기술 혁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NEV 관련 세제 지원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NEV 구매세는 전면 면제에서 절반 감면으로 변경됐으며, 최대 감면 한도도 축소됐다. 이어 2027년부터는 에너지 절약 차량에 대한 차량·선박세 감면과 순수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차량·선박세 면제도 종료될 예정이다.

이들 정책은 각각 2012년과 2014년, 2015년에 도입돼 신에너지 산업의 초기 성장과 급속한 시장 확대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 신에너지 승용차 보급률이 60%를 넘어서는 등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보편적 지원보다 시장 경쟁과 기술 혁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비세 부과가 배터리 원가를 일정 부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출고가가 와트시(Wh)당 0.35~0.40위안 수준인 LFP 배터리를 기준으로 60kWh 배터리를 탑재한 승용차는 소비세 2% 적용 시 약 400~700위안, 4% 적용 시에는 약 800~1200위안 비용 증가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비용이 모두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거나 배터리 공급망을 직접 보유한 대형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외부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중소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나 가격 인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세법은 납세자가 직접 생산한 배터리를 자사 차량에 사용하는 경우 소비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배터리 개발과 수직계열화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고체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에는 세제 혜택이 유지되는 만큼 관련 연구개발 투자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세제 개편은 단순한 세금 인상이 아니라 중국 신에너지 산업이 보조금 중심의 성장 단계에서 시장 경쟁과 기술 혁신 중심의 성장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책 전환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일부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겠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실제 차량 판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업체별 경쟁력과 비용 흡수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