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환율·고물가 장기화에도 대기업 95%가 하반기 투자를 상반기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노동시장 경직성과 규제환경이 여전히 걸림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6년 하반기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06개사)의 79.2%는 하반기에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반기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5.1%로, 축소하겠다는 응답(5.7%)을 2배 이상 웃돌았다.
하반기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기업은 주요 이유로 △인공지능(AI)·첨단 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33.3%) △선제적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29.2%) △업황 개선 및 수요 증가(20.8%) 등을 꼽았다.
반면, 투자 축소를 계획하는 기업은 △고환율·원자재 가격 부담 지속(38.9%) △수익성 악화 및 자금조달 부담(22.2%)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수요 부진(16.7%)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향후 3년 내 비수도권 투자 확대를 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7.4%로, 응답 기업 4곳 중 1곳 이상이 지방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재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51.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0.7%였다.
기업은 지방 신규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법인세 등 세제 감면 및 보조금 등 재정지원(36.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협력업체 등 산업 생태계 구축(18.2%), 물류·교통망 확충(13.2%), 전력·용수 등 산업 인프라 확충(12.9%) 순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기업 비수도권 투자 의향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정 지원과 투자 여건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로는 △인허가.입지규제 등 투자규제 완화(24.5%)가 가장 많았다. 이어 △금리 안정 및 자금조달 여건 개선(19.8%) △내수경기 활성화(19.2%) △투자·연구개발(R&D) 세제지원 확대(13.8%) 등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투자 애로로는 노동시장 경직성 및 노사관계 불확실성(44.0%)이 지목됐다. 세금 및 준조세 부담(20.8%), 투자 관련 인허가·입지 규제(16.4%)가 뒤따랐다.
한경협은 기업이 투자 과정에서 규제 부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최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자금조달 여건 개선 요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 투자 계획이 실제 집행될 수 있으려면 규제 개선과 안정적인 자금조달 여건 조성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투자 환경 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