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진진흥법, 대한민국 미래 시각산업에 날개를” 강종진 전 사진산업진흥법제정위원회 위원장

사진은 일상과 예술, 문화와 산업을 아우르는 표현 매체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누구나 사진을 찍고 소비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카메라 없이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진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렇듯 사진은 대중화·보편화됐지만 우리가 알던 사진 전문가는 찾기 어려워졌고 사진을 찍고 찾고 보관하던 전통적 사진 시장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영화, 출판 등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사진은 독자적 산업으로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고, 사진업계는 그 원인을 법과 제도의 미비에서 찾았다.

사진업계의 숙원이었던 '사진진흥에 관한 법률(사진진흥법)' 제정안이 지난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을 K컬처의 중요 축으로 놓고 사진 창작과 유통, 향유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활성화할 법적·제도적 기반이다.

사진진흥법 제정을 위해 20여년을 힘써온 강종진 초대 사진산업진흥법제정위원장(현 울산문화산업개발원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강 전 위원장은 “사진진흥법 제정은 사진의 영역을 시각으로 확대해 시각산업과 시각문화를 육성하고 우리나라가 이 시장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쥐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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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진 초대 사진산업진흥법제정위원회 위원장이 사진진흥법 제정을 위해 애써온 20여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사진진흥법 제정 의미는.

▲사진이 처음으로 독립적 정책 영역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국가가 사진의 문화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를 공식 인정하고, 사진을 단순 취미나 예술 활동을 넘어 창작, 제작, 유통, 전시, 교육, 기술개발을 포함한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규정했다.

AI 시대에 대응한 사진 진흥 법률이라는 점도 중요한 의미다. 오늘날 사진은 카메라만의 영역이 아니다. 생성형 AI는 사진을 기반 정보 개념으로 바꿨고 저작권, 기록, 신뢰 체계 전반을 흔들었다. AI 시대에 사진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진 전문가의 역할을 무엇인지, 국가는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숙고하고 사진진흥법 시행령에 담아내야 한다.

-왜 이제야 사진 관련 독립 법률이 만들어졌나.

▲과거 사진이라는 매체가 대중적으로 익숙한 상황에서 예술과 산업 양쪽의 애매한 경계에 있는 특성 때문이다. 누구는 예술을 강조하고 누구는 시장을 중요시했지만 어느 쪽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또 광고와 언론, 교육과 문화, 과학기술과 콘텐츠까지 다양한 업종과 분야에서 사진을 활용하다 보니 독립적 분야라는 이미지 생성이 어려웠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사진 개념이 시각(영상) 데이터로 확대되면서 사진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다.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데이터 홍수 시대에 우리가 수집, 분석, 활용하는 데이터의 70%는 사진을 포함한 이미지다. 생성형 AI, 디지털 아카이브, 확장현실(XR), 디지털트윈, 공간정보 등 핵심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기술이자 기반 데이터로 사진을 인식하면서 사진진흥법 제정까지 이어졌다.

-법 시행 후 무엇이 달라지나.

▲과거 개별 사업이나 단발성 지원에서 벗어나 사진에 관한 중장기 정책을 추진한다. 사진 분야의 산업적 관점으로 전환이다. 대표적으로 제5조 '사진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5년마다 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 산업 생태계 조성, AI 대응 기반 조성, 지식재산권 보호 등 사진 분야 전반에 대한 전략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고 육성할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된 만큼 제6조 정기적 실태조사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진업계 종사자 수나 시장 규모 현장 자료가 없었다. 통계가 없으면 정책 수립이 어렵다는 점에서 데이터 기반 정책 전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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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위원장은 AI 시대 사진산업이 겪을 위기와 기회를 언급하며 사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대응한 사진진흥 법률이라는 의미는.

▲사진진흥법에는 AI 대응 기반 조성이 명시돼 있다. AI 시대에 단순히 사진에 새로운 기술을 융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AI가 만든 이미지는 우리가 알고 이해하는 사진이 아니다. 사진은 현실, 현장을 기록하는 매체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현실이나 현장처럼 보이게 만든 사진이다.

AI 대응 기반 조성은 이러한 기록 사진과 생성형 이미지를 구분하는 기준 마련을 포함한다. 그 구분과 기준 마련 또한 쉽지 않은 전문 영역이다.

생성형 이미지를 가치 없다고 평가하는게 아니다. 보도와 역사 기록, 증명과 인증 영역의 사진과는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AI 시대는 전통 사진의 종말이 아니라 사진의 본질을 다시 묻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사진 전문인력 양성을 포함해 사진 교육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 교육은 촬영 기술과 작품 제작 중심에서 미래 시각산업 인재 양성 구조로 바뀔 것이다. 전통적 사진 교육에 유관 기술, 데이터, 콘텐츠, 문화 정책까지 모두 연결해 반영한 새로운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적 진흥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까지 아우른 사진 분야 국가 R&D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 로드맵을 토대로 사진을 미래 기술 R&D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사진진흥법에 기술 개발 지원 조항을 넣은 이유다.

-한국사진진흥원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

▲국가 사진산업 정책을 연구 공유하는 플랫폼이자 정책 실행 전문기관이다.

한국사진진흥원은 설립은 사진산업 통계 체계 구축, 국가 사진 아카이브 구축, AI 시대 사진 진본성 및 신뢰성 인증체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정책 발굴과 실현은 이제 시작이다. 정책을 실현할 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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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을 나누고 있는 강 전 위원장과 임동식 전자신문 동남권취재본부장.

-사진산업의 미래는.

▲시각 데이터산업으로의 진화다. AI는 이미지를 학습해 기존에 없던 생성형 이미지를 만든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공간을 가상 이미지로 재현한다. XR과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디지털 공간을 연결하는데 그 중심은 이미지다. 스마트공장은 비전 AI를 이용해 생산라인을 분석한다. 결국 미래산업은 이미지와 시각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시각 데이터산업은 디지털 이미지로 세상을 기록하고 해석하며 응용하는 산업이다.

-AI 시대 사진 전문가 역할은.

▲AI 시대는 사진(이미지)의 진실성과 신뢰성을 입증하고 보증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여권이나 면허증에 최근 촬영한 증명사진이 필요한 것처럼 AI 시대 디지털 증명사진은 국가 신원인증 체계와 연결된다. 어떤 사진이 실제 촬영 원본인지, AI로 생성한 것은 아닌지, 변조된 사진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기술 개발과 제도 도입 측면에서 사진 전문가 역할이 필요하다. 사진진흥법은 이런 전문가 제도 설계를 뒷받침하는 최초의 법적 기반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사진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진진흥법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진 분야 국가 정책이자 사진을 미래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시각문화를 창조하려는 첫걸음이다. K팝, K드라마 열풍을 몇몇 작품의 흥행, 유명 스타 팬덤 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의 문화적, 예술적 강점에 산업적 측면에서의 접근과 성공이 크게 작용했다. 이제는 사진도 그 가능성을 보여줄 때가 됐다. 지난 20년이 사진진흥법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대한민국 사진의 미래를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대담=임동식 동남권취재본부장 dslim@etnews.com
정리=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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