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3대 메가 프로젝트 '가르칠 교사' 양성 체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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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충남대 교수

6월 29일, 정부는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를 세 축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 생산기지에 800조원, AI 데이터센터에 1000조원 이상 등 삼성전자와 SK 등 기업들이 예고한 투자 계획을 합치면 향후 10년간 약 1500조원을 웃돈다. 대통령은 이 사업이 대한민국의 향후 20~30년을 책임질 것이라며 청와대에 전담 조직까지 두겠다고 했다.

이 원대한 청사진에는 치명적인 빈 고리가 하나 있다. 반도체와 AI, 로봇을 만들 미래 인력을 가장 먼저 길러내야 할 직업계고등학교에, 정작 이를 가르칠 교사를 양성하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5월 31일 한 언론사가 입시 전문기관인 진학사에 의뢰해 발표한 설문에서, 고교생들은 가장 가고 싶은 전공은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를 뜻하는 '의치한약수'가 18.8%로 1위였고 반도체는 13.6%로 2위, 컴퓨터·소프트웨어·AI는 9.2%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전공'을 묻자 반도체가 30.7%로 의치한약수(25.3%)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다. AI 시대에 살아남을 기술이 무엇인지를. 학생들의 직감은 정확히 3대 메가 프로젝트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산업의 인력을 1차적으로 양성하는 직업계고 교단에서는 반도체를, 피지컬 AI를, 로봇을 가르칠 교사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교원자격 표시과목 목록에 '반도체'도, 'AI'도, '로봇'도, '스마트공장'도 없기 때문이다. 표시과목이 없으면 교원 양성 과정을 개설할 수 없고, 양성 과정이 없으면 임용시험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가와 산업체는 15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데, 그 산업의 뿌리가 될 교사를 길러낼 통로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현행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에서 교원의 표시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을 포함하여 기계, 전기, 전자, 화공, 정보·컴퓨터 등 수십 개로 구성돼 있다. 2026년 3월 '간호'가 신설되기 전까지, 전문교과 표시과목이 마지막으로 신설된 것은 2000년 조리·미용·연극영화가 전부였다. 명칭 변경을 제외하면 무려 사반세기 동안 신규 표시과목이 사실상 생기지 않은 것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세 축을 이 목록에 대입하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반도체'도 없고, 로봇·자율주행을 아우르는 '피지컬 AI'도 없으며,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AI'도 없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융복합·지식재산' 교과군이 신설됐지만, 이를 가르칠 교원의 표시과목은 여전히 공란이다. 산업은 20~30년 뒤를 내다보며 질주하는데, 교원 제도는 약 25년 전의 좌표에 멈춰 서 있다.

일각에서는 “'정보·컴퓨터' 표시과목으로 AI를 가르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보통교과 중심의 정보 교육과, 반도체 공정·로봇 제어 같은 전문교과의 산업 실무 사이에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 “학령인구가 주는데 교원을 왜 늘리느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신규 교원의 대량 양성이 아니라, 이미 학교에 있는 기계·전기·전자 전공 교사가 신산업으로 전환할 통로를 열자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직업계고에서는 기계·전기·전자 교사들이 직무연수로 이 과목을 가르친다. 그러나 이 연수는 단기 위주이고 교원자격과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학교 현장은 인접 표시과목 교사가 전공과 무관한 신기술 과목을 떠맡거나, 자격이 불명확한 기간제·강사에 의존해 버틴다. 자격과 수업의 불일치는 학생의 학습권 저하와 숙련 형성의 부실로 이어진다. 1500조원 이상의 국가 전략 최전선이, 실은 이렇게 임시방편으로 지탱되고 있다.

변화의 실마리가 없지는 않다. 올해 3월 27일, '간호'가 마침내 중등학교 정교사·준교사의 정식 표시과목으로 신설·시행됐다. 그동안 특성화고 간호과에는 정작 간호를 가르칠 교사 자격이 없어, 기간제·강사 의존율이 절반을 넘는 기형적 구조가 오래 이어졌다. 문제는 이 신설이 30여 년의 진통 끝에야 겨우 이뤄졌다는 점이다. '간호'의 여정은 반도체·AI·로봇이 앞으로 겪을 일의 예고편이다. 표시과목 신설은 시작일 뿐, 그 뒤에는 양성 체계 구축과 부전공 연수 경로 설계, 실습 인프라 확충이라는 긴 후속 과제가 기다린다. 우리에게는 30년을 또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해법을 제안한다. 첫째, 표시과목 신설·폐지를 심의할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 교육부에 '교원자격 표시과목 인증위원회(가칭)'를 두어 매년 현장 수요에 기반한 심의를 제도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도록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지역 거점 산업과 연계된 만큼, 지역 전략산업 연계형 표시과목 신설 경로를 함께 열어두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둘째, 부전공 연수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새 표시과목을 정규 양성 과정으로 채우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공백을 메우는 가장 빠른 길이 현직 교원의 부전공 연수다. 기계·전기·전자 교사가 반도체·AI·로봇으로 전문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부전공 연수의 근거와 자격연수 개설 규정을 시행규칙에 명시해야 한다. 수요가 높은 분야는 사범대학·교육대학원 정규 학과로 중장기 양성체제를 구축하고, 긴급한 분야는 부전공 연수로 단기 대응하는 '투 트랙(Two-Track)'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교사 양성에 필요한 기본이수과목을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연계하고 실습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교원이 배운 내용과 현장에서 가르칠 내용이 같은 방향을 보게 하려면 이수 체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기업 투자와 연결하면, 산업 현장이 곧 교원의 실습장이 될 수 있다.

1500조원 이상의 산업시설과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비하면, 그 산업체를 채울 인력을 길러낼 교사를 양성하는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비교할 수 없이 비용이 저렴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3대 메가 프로젝트처럼 이 또한 '속도'가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용수와 전력, 부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아무리 거대한 반도체 공장(Fab)을 세워도, 그것을 운용할 사람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면 반도체 강국의 꿈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간호'가 30년 걸려 어렵게 연 문을, 이번엔 '반도체·AI·로봇'이 지체 없이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진정한 완성은 이것을 가르칠 교사를 양성하는 시스템 구축에서부터 시작된다. 교원 양성 제도야말로 이 국가적 대전환의 판에서 가장 먼저 맞춰야 할 첫 번째 퍼즐 조각이다.

이병욱 충남대 교수(전 대한공업교육학회장) bwlee@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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