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저주 구호까지
트럼프 “이란은 화해하고 싶어 안달… 휴가 줬다”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초기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성대한 국장(國葬) 장례식이 수도 테헤란에서 수만 명의 조문객이 집결한 가운데 시작됐다.
이번 행사는 연이은 반정부 시위 진압과 수개월간의 전쟁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은 이란 당국이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마련했으나, 37년이 넘는 권위주의 통치와 경제 실정에 실망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장례식에 대한 분노와 비판적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의 그랜드 모살라 모스크에는 이날 새벽부터 이란 국기에 덮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공습으로 함께 목숨을 잃은 가족들의 관을 조문하기 위한 인파가 대거 몰려들었다.
총 6일간 진행되는 이번 장례 행사는 테헤란을 거쳐 쿰, 카르발라, 나자프 등 시아파 성지를 순례한 뒤, 목요일에 그의 고향인 마슈하드에 안장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란 당국은 미국과 휴전 협정을 체결한 지 4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번 장례식을 개최했는데, 이는 고위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 특성상 추가적인 군사 공격을 받을 위험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장에서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신의 저주가 내리기를” 등 구호가 이어졌으며, 일부 조문객은 미국·이스라엘에 복수를 요구하는 현수막과 트럼프 반대가 적힌 붉은색 현수막을 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휴전을 사실상의 굴복으로 받아들이며 “순교한 이맘의 피에 대한 복수”를 요구하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란 당국은 하메네이 장례식에 최대 20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 속 진행된 장례식으로 자원봉사자들은 군중에게 물을 뿌려 더위를 식혔고 음식과 음료를 나눠줬다. 또한 야외무대 진입전 금속 탐지기를 이용한 몸수색이 진행되고, 주변 거리에는 소총을 든 경찰들이 배치되는 등 철저한 보안 아래 장례식이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독립 250주년 연설에서 이란이 일주일간 선포한 하메네이 애도 기간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화해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며 “우리가 착해서(nice) 장례를 치르라고 이란에 일주일 휴가를 줬다”고 말했다.
한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인 무즈타바 하메네이는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NYT는 이란 보안 당국을 인용해 “당국은 무즈타바 하메네이가 대중 앞에 나타날 경우 이스라엘에 피살되거나 은신처가 추적당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무즈타바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당시 공습으로 그의 부친과 아내, 아들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장기적인 잠행은 이란 정계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필두로 한 실용주의 진영은 경제난 해결을 위해 하메네이를 설득해 미국과의 협상을 끌어낸 반면, 강경 보수파들은 무즈타바 하메네이가 직접 대중 앞에 나타나거나 음성 메시지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외교적 협상에 응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으며, 협상단에 대한 처벌까지 요구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