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교육의 목적이 아닌 도구죠. 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며, 좋은 수업 안에서 핵심역량은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교사가 무엇을 새롭게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내가 수업의 본질을 잃지 않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합니다.”
김왕준 경인교대 총장은 최근 교육계가 AI 교육과 디지털 교육, 핵심역량 교육 등 다양한 흐름에 주목하고 있지만, AI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성·소통·공동체 의식과 같은 핵심역량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수업 과정에서 이미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도 교실에서 이뤄지는 본질을 잃지 않는 수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담=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AI 시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AI 시대라고 해서 교육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지식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정보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개인이 AI를 활용해 지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습득하고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과거에는 특정 분야만 깊이 알 수 있었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무엇이든 배우기가 쉬워졌다. AI로 인해 개인의 관심 영역도 넓어지고 새로운 영역에서 필요한 지식 습득 기회도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교육의 기본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읽기, 쓰기, 말하기와 같은 기초 역량은 여전히 학교가 충실히 가르쳐야 한다. 아무리 AI가 글자를 입력해주고 문장을 만들어준다 해도, 사람은 스스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AI가 내놓은 결과가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려면 결국 인간이 알아야 한다. AI는 인간을 돕는 도구지만 최종적인 판단과 검증의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AI 시대에도 지식과 문해력, 비판적 사고력의 가치는 결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중요하다.
-초등교사 양성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나.
▲아이들이 읽고, 쓰고, 셈하고, 나아가 이해하고 검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여전히 교육의 핵심이다. 사고력과 문해력을 키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AI 시대의 교육도 이러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결과 아이들이 이전보다 더 잘 읽고, 더 잘 쓰고, 더 잘 계산하며, 더 깊이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교육적 성과다.
AI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도구가 돼야 한다. 이와 함께 AI 활용 역량만큼 중요한 것이 AI 윤리와 리터러시 교육이다. AI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는 주의해야 하는지, 결과를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힘을 어떻게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과거에는 주어진 문제의 답을 찾는 능력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문제를 발견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학습과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교실 문화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정답을 빨리 맞히는 학생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질문하는 학생을 격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교사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탐구를 이끄는 촉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왜 그럴까?', '만약 조건이 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같은 개방형 질문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의 폭을 넓혀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초등교육은 질문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다. 아이들은 본래 호기심이 많고 질문을 좋아한다. 교육의 역할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않고 키워주는 것이다. 질문이 존중받는 교실, 다양한 생각이 환영받는 학교가 될 때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력도 함께 성장한다.
-경인교대가 AI 시대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부분이 있다면.
▲AI 기술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다양한 교과에 접목해 교육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한다. 예비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지도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예비교사들이 AI를 교육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국어 수업에서는 AI를 활용한 글쓰기 지도를 경험하고, 과학 수업에서는 탐구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 등을 직접 실습할 수 있다. AI 소프트웨어(SW)와 교육 플랫폼을 활용한 실습 기회도 확대한다.

-학창시절이나 교원양성 과정에서 AI 교육을 경험하지 못한 교사가 많다. 변화의 시기에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단발성 연수나 기술 사용법 중심의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수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AI 원리와 교육적 활용 방법, 윤리적 쟁점까지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사들은 수업에 적용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우수 수업 사례 공유, 교사 학습공동체 운영, 교과별 활용 모델 개발 등 실제 수업과 연결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 외에 교사가 도전하고 실험하는 환경이나 행정적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도 필요하다. 교사는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이 개발돼도 교사가 교육적 가치를 부여하고 의미 있게 활용하지 않으면 현장의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정원 축소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학생 수 감소는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교사 수 감소로 연결해 바라보는 시선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접근해야 한다.
요즘은 ADHD와 같은 학습·행동 특성을 가진 학생들, 정서적·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 다문화 학생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학생층이 훨씬 다양해졌고, 학생 상황에 맞춘 교육 수요도 커졌다.
기초학력 문제 역시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문해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는 읽기와 쓰기, 기초 학습 역량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정서 불안과 학교 적응 문제를 고려하면, 교사가 학생 개개인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교원 감축 논리로 볼 것이 아니라, 학생 개별 지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교대가 양성하는 인재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다변화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교육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행정, 교육정책, 기업교육, 에듀테크, 평생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의미 있는 방향이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지도와 조직 운영 역량은 교육 외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교대 졸업생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 전문성을 강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대학인 만큼 교육청과의 협력이 중요한데 어떤 계획을 하고 있나.
▲교대와 교육청은 지역 교육을 함께 책임지는 협력 파트너다. 가장 대표적인 협력 사례가 교육실습이다. 교육청과 대학이 함께 협력해 실습학교를 선정하고 운영한다.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서도 교육청과 긴밀하게 협의한다. 현장에서 어떤 교사를 필요로 하는지, 예비교사들이 어떤 역량을 갖추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대학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개선과 교원 양성 방향을 함께 논의한다.
경인교대는 '인천교육의 이해', '경기교육의 이해'와 같은 과목을 교육청과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초학력 지원, 학생 상담 등 지역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을 위한 다양한 협력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교육 현장이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협력적 소통, 공동체 역량 등 6대 핵심역량을 제시한다. 하지만 AI 시대를 맞아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핵심역량은 기존 교육과 분리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자기관리 역량을 예로 들면, 수년간 학교생활 속에서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고 쉬는 시간에는 쉬는 경험을 반복하며 길러진다. 타율적인 학교생활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이 형성되고, 이러한 경험이 쌓여 자기관리 역량으로 이어진다.
융합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은 원래 국어 시간에는 국어만, 수학 시간에는 수학만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 각 교과를 충실히 배우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융합이 이뤄진다. 그런데 융합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국어 시간에 수학을, 수학 시간에 영어를 억지로 끼워 넣으려는 접근은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핵심역량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교사들은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기보다 기존 수업을 충실히 운영하면 그 안에서 핵심역량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AI 교육 논의는 지식과 기술 영역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학교는 지식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정서와 인성, 공동체 의식, 신체 발달까지 함께 책임지는 공간이다. 교육은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한쪽으로 쏠렸다가 또 다른 이슈가 등장하면 다시 방향을 바꾸는 방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새로운 교육 트렌드가 나올 때마다 교사들에게 또 다른 프로그램을 요구하기보다, 이미 학교 교육 안에 담겨 있는 교육의 본질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만큼 이미 알고 있는 교육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이다.
김왕준 경인교대 총장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교육학(교육행정)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교육정책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 경인교대 교육학과 전임강사로 부임한 뒤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경인교대 기획연구부처장, 교육학과 학과장, 기획처장 등을 맡았다. 교육전문대학원에서 유아교육기관경영 전공주임교수와 교육행정·교육사회 전공주임교수를 역임했다. 한편 경인교대는 전국 최다 초등교원을 배출했다. 1946년 개성사범학교 617명을 시작으로 1953년 인천 사범학교 2742명, 1963년 인천교육대학 8632명, 1985년 경인교대 2만8475명으로 총 4만 46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지난 80년 동안 교육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