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되면서, 단순한 팹 건설을 넘어 '완전한 생태계' 구축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4기(각각 2기)를 구축, 5년 내 생산능력 2배 확충을 추진하는 가운데, 소부장 협력사 이전, 전문 인력 확보, 에너지 공급 등 복합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인력 확보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호남 지역 인력 확보 효과가 어려운 이유는 소위 '남방한계선' 효과 때문이다. 남방한계선 효과는 수도권(서울·경기) 출신 인력이 지방(특히 호남) 산업단지나 클러스터로 이주했다가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대형 산업단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노동연구원(KLI) '산업단지 혁신과 청년일자리 창출: 정주환경을 중심으로(조성철)' 연구에 따르면, 근로자는 기업의 임금이나 일자리 수 같은 금전적 요인 외에, '삶터'로서의 복합적인 정주여건(생활 인프라)의 결여와 대도시권으로부터의 공간적 이격이 청년·고숙련 인력의 유입을 가로막는 결정적 원인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연구원의 '시스템반도체산업 인력양성 방안'에서도 “청년 및 고급인력이 선호하는 문화 여가 인프라 등 정주여건 부족”이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의 약점(Weaknesses)로 지적됐다. 반도체 관련 학과 등 인력양성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 기업간·산학연간 수평적 협력활동이 취약하고 글로벌 반도체 네트워크가 없다는 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됐다.

앵커기업인 삼성과 SK 이외 소부장 기업들 역시 임직원 파견이나 전근 등에 고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특성 상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해 고객사 인근에 거점을 마련하고 직원을 상주시켜야 하는데, 정권 교체 등으로 정부의 정책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를 감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업형 첨단도시'를 제안하고 있다. 정주·문화·교육·의료 등이 결합된 복합타운을 조성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 등과 연계한 인력양성 연구 혁신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맞춤형 임대 등 양질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공공주택지구 등 연계개발도 검토한다.
◇반도체 팹 전력 인프라 확보는…재생에너지+원전 활용 투트랙
정부는 이날 'AI 시대를 선도하는 전기국가 비전'을 공개하고 전력 생산부터 송전·저장·활용까지 국가 에너지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 등 첨단산업 확산과 산업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취지다.
우선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에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기존 송전선로 용량을 증설하고 신설 송전선로는 지중화를 확대해 공급 속도를 높인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다목적댐과 발전용수 등 대체 수자원을 활용해 용수도 확보한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화력발전 등을 조합한 전원믹스를 적용한다. 345㎸ 계통 여유 변전소 정보를 공개해 입지를 분산하고, 비수도권 데이터센터는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신속 처리해 적기 전력 공급을 지원한다.
정부는 첨단산업 투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전설비도 대폭 확충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조기 달성하고, 새울 3·4호기 준공과 계속운전 원전 가동, 소형모듈원전(SMR) 활용을 병행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도 확대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할 계획이다.
전력망 투자도 속도를 낸다. 기존 송전선로 용량 증설과 신규 송전선로 지중화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되는 비수도권에는 변전소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 동기조상기 등 계통 안정화 설비를 확충하고 직류송전(HVDC)과 직류배전(DC) 기술도 확대해 미래 전력망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전기요금 체계도 첨단산업 중심으로 개편한다. 정부는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해 비수도권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의 RE100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전력거래 플랫폼도 구축한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