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 기업이 허위 측정과 과장된 성능 비교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자정 활동에 착수했다. 실제 사용 환경과 동떨어진 극단적 테스트, 조작 데이터, 경쟁 제품을 깎아내리는 비교 콘텐츠 확산에 따른 영향이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출시로 세계 가전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허위 스펙'이 아닌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행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중국가전제품협회와 중국가전망은 이달 초 베이징에서 '반허위 측정' 자율 행동을 개시했다. 중국소비자협회, 중국품질인증센터, 징둥, 주요 가전·가구 브랜드가 참여해 허위 측정, 악의적 경쟁, 오도성 평가, 소비자 기만 행위에 반대하는 취지의 공약에 동참했다.
마이디어, 하이얼, 샤오미, 하이센스, TCL, 로보락, 드리미, 에코백스 등 100개 안팎의 가전·가구 브랜드가 참여했다.
중국 당국도 이달 초 온라인 제품 평가와 비교 콘텐츠에 대한 관리 기준을 제시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과 시장감독관리총국은 네트워크 측정·리뷰 활동 규범을 발표해 온라인 리뷰와 비교 평가 활동의 객관성·공정성·정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어 중국 최대 유통 플랫폼 징둥도 플랫폼 차원의 관리 조치를 내놨다. 징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과장 홍보, 데이터 조작, 악의적 폄훼 콘텐츠를 식별하고 위반한 이용자에 대해서는 제한 노출, 삭제, 계정 봉쇄 등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중국 가전기업의 허위 성능 논란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에서도 로보락, 드리미, 에코백스 등 중국 청소가전 브랜드에 대한 흡입력 표기 방식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실시한 무선청소기 비교 조사에서 일부 제품이 진공도 단위인 파스칼(Pa)을 최대 흡입력처럼 표시·광고해 소비자가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로보락이 이달 국내에 출시한 무선청소기 신제품에 Pa가 아닌 와트(W) 명시한 것 역시 중국 본토의 이러한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로보락은 신제품 무선청소기에 최대 170W의 흡입력을 TUV라인란드로부터 인증받았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와트기반 흡입력을 명시했다.
TV 분야에서도 성능 표시와 기술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독일 법원은 TCL 일부 QLED TV 광고가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며 광고 중단을 명령한 바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이같은 자정 활동을 중국 기업의 가격과 스펙 중심 경쟁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 신뢰를 높여 프리미엄 제품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
중국 언론은 LG전자 사례를 거론하며 “중국 기업은 시장분석에서 주로 경쟁사 또는 유통채널을 분석한다며 시장을 연구하지만 실제 사용자 분석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가전이 내수 중심에서 해외 시장으로 확장한 역사는 길지 않다”며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출시 속도는 강점이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성능 검증, 지식재산권, 브랜드 신뢰 같은 장기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