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공격 지시로 시작된 기업 죽이기
하나씩 판결로 바로 잡혀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결과들이 하나씩 뒤집히고 있다.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카카오가 왜 이기고 있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공격받았느냐는 질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신호탄이 됐다
한때 “부도덕한 독점 기업”처럼 몰렸던 카카오가 법원과 검찰의 문턱을 지나면서 하나둘 혐의를 벗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은 취소되고,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회계 의혹은 무혐의로 정리되고, 검찰이 제기한 핵심 사법리스크마저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카카오가 왜 이기고 있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공격받았느냐는 질문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카카오는 단순한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좋은 표적이 됐다. 플랫폼 독점, 택시 수수료, 창작자 권리, 회계 처리, 시세조종 의혹까지 서로 성격이 다른 사안들이 한꺼번에 “카카오 문제”라는 큰 프레임 속에 묶였다. 법적 쟁점은 복잡했지만, 정치적 언어는 단순했다. “횡포”, “부도덕”, “독과점”, “제재”라는 말이 먼저 나왔고, 그 뒤에 조사와 수사와 처분이 따라왔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2023년 11월 1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였다.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와 독점 문제를 호소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택시를 향해 “아주 부도덕한 행태”라며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지목해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순간, 시장은 그것을 정책 신호로 받아들인다. 규제기관은 압박을 느끼고, 투자자는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며, 기업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보다 방어적 의사결정을 앞세우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그 회의에서 카카오 처벌을 요구한 택시기사가 단순한 민생 현장의 목소리로만 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과거 국민의힘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었다. 물론 그가 택시기사라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 앞에서 특정 기업 처벌을 요구한 사람이 여당 선거조직과 연결된 이력이 있었다면, 그 장면은 순수한 민생 청취라기보다 정치적으로 설계된 공격의 성격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핵심 의혹이 법원에서 무너지다
이후 실제 결과는 어떠했나.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에서 공정위는 가맹택시에 호출을 부당하게 몰아줬다며 271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그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공정위가 말한 불공정의 구조가 법원에서 충분히 입증되지 못한 것이다. 재판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위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에서 개입하지 않았고, AI 기반 배차 시스템이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편익을 제공했다는 점을 적극 인정했다.
검찰 판단도 같은 방향으로 갔다. 공정위가 고발한 콜 몰아주기 의혹은 혐의 없음으로 정리됐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았던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기준 위반, 이른바 매출 부풀리기 의혹도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가 됐다. 한때 카카오모빌리티의 도덕성과 경영 투명성을 흔들던 두 개의 큰 의혹이 형사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것이다.
[사건별 현황]
- 콜 몰아주기: 서울고법, 271억 원 과징금·시정명령 전부 취소. 검찰 무혐의 불기소.
- 콜 차단: 경쟁 가맹택시 호출 차단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 법인·류긍선 대표 등 불구속 기소. 현재 재판 진행 중.
- 회계기준 위반(매출 부풀리기): 검찰 무혐의 불기소.
- 카카오엔터 웹소설 저작권: 서울고법, 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5억 4천만 원 전부 취소.
- 멜론 중도해지: 대법원 파기환송. 시정명령은 확정, 과징금 납부명령은 취소(위법). 파기환송심 진행 중.
- SM 시세조종: 김범수 창업자·배재현 전 대표·카카오·카카오엔터 1심 전원 무죄. 단, 공동피고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유죄. 검찰 항소, 현재 2심 진행 중.
그 사이 기업은 이미 여론재판을 치렀고, 투자자는 손실을 봤고, 경영진은 긴 시간 방어에 묶였다. 카카오가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리스크가 산업 경쟁력으로 곧장 전환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고백이다.
감정적 구도는 위법을 입증하지 못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소설 공모전 사건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공모전 당선 작가들과 계약하면서 웹툰·드라마·영화 등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가져가도록 했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창작자 권리 침해라는 프레임은 대중적으로 강력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했다. “플랫폼 대 창작자”라는 감정적 구도만으로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입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위법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과 법리로 증명되어야 한다.
멜론 중도해지 고지 사건은 조금 다르다. 이 사건에서 고지 미흡이라는 문제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정명령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핵심은 과징금 부과의 적법성이었다. 대법원은 공정위가 과징금 요건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이것은 카카오가 아무 잘못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국가기관이 기업을 제재할 때 절차와 요건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행정권의 목적이 선해 보여도, 법적 요건을 건너뛰면 그 처분은 위법해진다.
수사기관의 의심과 법원의 증명은 다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은 카카오 사법리스크의 정점이었다. 김범수 창업자는 구속까지 경험했고, 카카오는 마치 자본시장 질서를 흔든 기업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카카오의 SM엔터 매수에 시세조종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범수 창업자와 배재현 전 대표, 카카오 법인, 카카오엔터에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이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수사 방식 자체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다만 이 판결에는 중요한 맥락이 있다. 같은 사건에서 공동피고로 기소된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카카오 측의 행위와 별개로, 관련자의 일부 행위는 형사적으로 인정됐다는 뜻이다. 또한 검찰이 1심 직후 즉시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무죄는 확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불확실성이 핵심을 바꾸지는 않는다. 수사기관의 의심과 법원의 증명은 다르다. 의심만으로 기업을 공격할 수는 있어도, 의심만으로 유죄를 만들 수는 없다.
법정 승리가 가리지 못하는 상처
여기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단순한 승패표가 아니다. 기업은 소송에서 이겨도 이미 큰 피해를 본다. 주가는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 흔들린다. 대형 플랫폼 기업은 평판이 무너지면 고객, 파트너, 투자자, 인재가 모두 불안해진다. 경영진은 미래 전략보다 수사 대응에 시간을 빼앗긴다. 신규 사업은 늦어지고, 투자 판단은 보수화된다. AI, 모빌리티, 콘텐츠, 금융 같은 미래 산업에서 몇 년의 지연은 단순한 시간 손실이 아니라 경쟁력 손실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할 국내 플랫폼 기업에게 정치적 리스크는 치명적인 비용이다.
이것은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 카카오가 표적이 될 수 있다면, 내일은 다른 기업도 표적이 될 수 있다. 정치가 기업을 때리고, 규제기관이 뒤따르고, 법원이 나중에 바로잡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는 늘 사후 구제에 묶이게 된다.
비판과 공격은 다르다
카카오가 완벽한 기업이라는 말이 아니다. 카카오는 성장 과정에서 수수료 논란, 골목상권 논란, 내부 거버넌스 문제,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여러 비판을 받아왔다. 비판받을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판과 공격은 다르다. 비판은 개선을 요구하지만, 공격은 무너뜨릴 대상을 찾는다. 규제는 공정한 시장을 만들지만, 표적 규제는 시장을 위축시킨다. 법치는 권력을 통제하지만, 권력이 법을 앞세워 기업을 압박하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통치 기술이 된다.
윤석열 정권의 카카오 공격이 과도했다고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업의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독과점 남용, 개인정보 보호, 소비자 권익 침해는 엄격히 다뤄야 한다. 그러나 규제는 증거에서 출발해야지, 대통령의 분노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수사는 법리에서 출발해야지, 정치적 표적화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특정 기업을 대중의 분노를 해소하는 제물로 삼는 순간,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는 흔들린다.
법원이 묻고 있다-정말 위법이 입증됐는가
결국 “왜 카카오는 소송에서 이기고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은 단순하다. 애초에 상당수 공격이 법적 증명보다 정치적 확신에 기대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 사정기관의 압박, 규제기관의 처분, 언론의 프레임이 한 방향으로 몰려갔지만, 법원과 검찰은 뒤늦게 묻고 있다. 정말 위법이 입증됐는가. 정말 과징금 요건이 충족됐는가. 정말 시세조종 의도가 증명됐는가. 그 질문 앞에서 많은 사건이 무너지고 있다.
물론 카카오가 모든 사건에서 승소한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사건처럼 카카오가 패소한 사안도 있다. 콜 차단 의혹으로 기소된 사건은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다. SM 시세조종 1심 무죄 역시 2심에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핵심적으로 제기한 사건들, 즉 콜 몰아주기·회계 조작·웹소설 저작권 갑질·멜론 과징금·SM 시세조종의 상당수가 법원과 검찰에서 뒤집히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카카오가 잇따라 법적 판단을 뒤집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가 받은 공격은 정말 법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공정한 감시였는가, 아니면 정치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과도한 처벌 프레임이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카카오를 향한 조롱이 아니라, 권력이 시장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냉정한 복기다.
진짜 공정은 기업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법치는 권력자의 말 한마디로 시장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 이 칼럼은 “카카오 무조건 옹호”가 아니라 권력의 표적화와 법적 검증 사이의 괴리에 초점을 맞춘 글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처럼 카카오가 패소한 사안은 별도로 존재합니다. 콜 차단 사건의 기소 및 SM 시세조종 2심은 현재 진행 중으로, 최종 결론을 속단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