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전투 인력을 늘리기 위해 고액의 계약 보상과 부채 감면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원자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에서는 군 입대를 유도하는 대규모 금전 혜택 광고가 확산되고 있으며, 수백만 루블 규모의 인센티브가 전면에 내세워지고 있다.
해당 홍보물에는 약 8만 달러(약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일시 지급금과 함께 '영웅적 처우', 러시아 국적 취득 우대 같은 조건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도로변 옥외 광고뿐 아니라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 피드에도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군 복무 계약을 체결하는 남성에게 최대 14만달러(약 2억원)의 채무를 정리해주는 방안까지 도입했다. 이는 금융 부담으로 사회적 제약을 받는 계층을 전선 인력으로 유도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제 분석가 야니스 클루게는 올해 1분기 러시아의 신규 군 계약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0% 감소했다고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금전적 유인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속 러시아·유라시아 담당 선임연구원 나이절 굴드데이비스는 러시아가 역사상 처음으로 강제 동원 대신 경제적 보상을 통해 전투 인력을 확보하는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전장에서의 인명 손실이 신규 충원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조짐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미 수만 명의 수감자를 전장에 투입했으며, 북한 인력도 여러 차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군 복무 유도 정책도 병행되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 일부는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러시아 군인이 최대 5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징집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이동한 인원도 수십만 명 규모로 파악된다.
병력 부족 문제는 군사 영역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요 생산 가능 인구가 군으로 이동하면서 노동 시장 전반에서 인력 공백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굴드데이비스 연구원은 CNN에 “전장 투입 인력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일할 사람도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군수 산업 역시 생산 한계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장들은 24시간 가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추가 증산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군수 분야의 인력 수요가 민간 부문까지 압박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노동력 부족은 임금 상승과 물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공식 물가 상승률은 6월 기준 5%대 초반으로 둔화됐지만, 식료품 가격은 2024년 초 대비 18%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공공요금과 세금 인상까지 겹치며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렘린이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인도, 북한,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인력 유입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2022년 이후 두 번째 대규모 징집 조치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당시 대규모 해외 이탈이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는 드론과 무인 시스템 운용 능력을 강화하며 러시아군 피해를 확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군이 드론과 로봇만으로 러시아 진지를 점령한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굴드데이비스 연구원은 “러시아 정부는 경제·사회 시스템을 더 강하게 동원할 것인지, 아니면 전쟁 목표를 조정할 것인지라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