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의약품 유통은 '공백'…3500개로 파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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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이미지.

신선식품·음식 배달 등에서 실시간 배송 추적이 보편화한 것과 달리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 유통 정보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디지털 기반 유통망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국·약사·제약사·환자는 주문한 의약품 이동 경로와 운송 과정 중 적정 조건 유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먹거리 안전성을 위해 물류 추적과 콜드체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유통업계와 대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는 3500여 개에 달할 만큼 시장이 파편화돼 있지만, 배송 전 과정을 추적·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개별 업체의 설비 투자와 운영 역량에 따라 의약품 유통 품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유통 정보의 단절은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사나 약국은 제품이 유통업체로 넘어간 이후의 창고별 재고량, 이동 경로, 특정 품목의 집중도 등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기약과 해열제 등 필수 의약품의 수급 불안 상황에서도 약국가에서는 실제 물량이 부족한 것인지 특정 유통 단계에 묶여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데 한계를 겪은 바 있다.

반품 과정 역시 불량 의약품이나 유효기간 임박 제품을 신청하더라도 다단계 유통 구조 탓에 회수·처리 경로와 정산 시점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같은 정보 비대칭은 수급 불안정 품목에 대한 공급권을 가진 유통업체의 영향력을 비대하게 키워 거래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의약품 유통에도 차량 위치·배송 경로·적정 온도 유지 여부를 데이터로 실시간 관리하는 디지털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온도 변화에 민감한 바이오의약품이나 주사제 등 생물학적 제제는 품질 유지를 위해 단순 창고·차량 확보를 넘어 온도 이력과 배송 상태를 실시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도매 유통망을 정비하고 디지털 기반 재고·배송 관리 시스템을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은 거점 도매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정비하는 '블록형 거점 도매' 모델을 추진 중이다.

이 모델은 의약품이 실린 차량의 이동 경로와 지연 등 이상 상황을 확인하는 배송추적시스템(TMS)과 인공지능이 주문·판매 데이터를 분석한다. 지역별 필요 재고를 예측하고 품절 및 과잉 재고를 방지한다. 이 과정은 수요예측 기반 재고관리 시스템(AI DCM)을 통해 이뤄진다.

다만 거점 도매 중심 유통망 재편을 두고 기존 중소 도매업계에서는 거래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기존 유통 구조를 조정해야 하므로 단기간에 이 모델이 정착되긴 어려우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의약품 공급망 추적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지방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는 “약국 현장에서는 특정 품목이 어디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특정 의약품 품절 상황에서 환자 응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약품도 재고와 배송 흐름을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다면 환자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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