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4부요인, 투표용지 부족에 우려…“행정편의 추구하다 기본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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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4부 요인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김민석 국무총리, 홍익표 정무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봉욱 민정수석, 강훈식 비서실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정식 국회의장.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당시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참정권이 훼손된 사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과 4부 요인들이 논의를 펼쳤다. 이들은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인한 국민의 참정권 훼손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신뢰 손상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4부 요인을 만나고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숫자가 얼마나 되든 결과에 영향이 있든 없든 투표권 행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는 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조정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특정 사안을 주제로 대통령과 4부 요인이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은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의 법률적 위치 탓에 감시를 받지 않아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맡는 합당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는 헌법이 정한 독립기관이어서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업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도 없게 돼 있다. 심지어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감사조차 할 수 없다는 게 현 법률의 해석이자 헌법의 해석”이라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걸 그대로 방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공식적인 논의를 했으면 싶다. 뚜렷한 방법이 나오진 않겠지만 진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 시각에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면서 “가능한 대안·대책이 있는지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정식 국회의장도 마찬가지였다. 조 의장은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우려·분노를 표하고 있다. 국민주권의 발현이자 절차적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 입법부의 의장으로서도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강한 유감을 먼저 표시한다”고 했다.

아울러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을 훼손해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뒤흔든 중대 사태”라며 “행정적 편의만을 추구하다 정작 행정이 존재해야 하는 본질인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시킨 사태”라고 진단했다.

이후 “투표용지가 모자라서 유권자가 발길을 돌리는 순간 그 선거의 결과가 다만 몇 표의 차이든 간에 상관없이 절차적 그리고 제도적 정당성을 훼손시킨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주권자의 수용 시스템에 금이 갔고, 사회적 통합을 만들어내야 할 선거가 오히려 사회 분열을 야기하는 불씨를 낳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견제받지 않은 독립성이 초래한 사태에 대해 자성과 철저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선관위가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은 시간이 오래되면서 선관위에 대한 외부의 시선·비판·경고에 둔감한 조직이 됐고 채용 비리 또는 소쿠리 투표 등 충격적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과 확실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 여야 모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음으로 지체 없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해 진상 규명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비슷했다. 조 원장은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국민이 계셨다는 사실에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 국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문제의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나아가 제도 개선에 힘써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법부 역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본연의 역할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역시 “이번 사태를 뼈아픈 계기로 삼아 사안의 진상을 엄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하는 것과 함께 우리의 선거 제도와 그 운영의 모습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개선하여 국민 모두가 굳게 신뢰하는 민주주의로 또 한 번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참정권 훼손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하고 선출된 권력은 물론이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도 반드시 국민들에 의해서 감시되고 통제돼야 한다는 정신과 요구가 담겨 있는 그런 말들이 무겁게 다가왔다”면서 “이 자리가 국가·정부·헌법기관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국민 여러분께 반드시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일종의 공동선언 자리가 되는 것이 그 첫 번째”라고 분석했다.

이후 “국민화합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방식에 여야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에 더해서 법률을 고치든 필요하다면 헌법을 고치든 국민들이 이번에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되겠다는 그런 결의를 함께 나누는 자리로서 오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입법이 꼭 필요한 사항인 만큼 국회 차원의 대응과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거버넌스라는 건 결과적으로는 선관위의 상시화 문제, 선관위원장이 상시적으로 거기에서 근무할 문제, 또 지방 선관위 같은 게 좀 있다”며 “전부 입벙의 문제여서 상세한 부분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선관위원장의 상시화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결론은 국회에서 의견을 모은 걸로 됐다”고 부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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