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원격 고등교육 체계를 구축해 왔다. 지난 2001년 9개교, 5600명 규모로 출발한 사이버대학은 현재 22개교 체제로 성장했고 누적 졸업생도 5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사이버대학은 전통적인 학위 중심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재직자의 직무 역량 강화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교육 수요, 성인학습자의 경력 전환과 재교육 요구를 반영하며 실무 기반의 원격 고등교육 체계를 확장해 왔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사이버대학 신입생의 68.7%는 직장인이며 전문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 비율도 51.5%에 이른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분야 관련 학과 신설과 개편이 이어지고 있으며, 반도체·배터리·이미용 등 산업 현장과 연계된 실무 특화형 원격교육과정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 역시 AI 인재양성과 재직자 디지털 전환 교육 확대 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며 전 생애 직무 재교육 체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의 성장은 이러한 사회·산업적 변화 흐름과 맞물려 진행되어 왔다.
사이버대학의 경쟁력은 단순히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장기간 축적해 온 콘텐츠 개발 경험과 수업설계 체계, 학습관리시스템(LMS) 운영 역량, 성인학습자 특성에 맞춘 학사·학습지원 체계 등은 사이버대학만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여기에 AI 기반 학습지원, 데이터 기반 학습분석, 실시간 상호작용 확대 등 교수·학습 과정의 고도화까지 더해지며 사이버대학은 성인학습자 중심의 고등평생교육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일반 대학을 통한 성인 원격 고등교육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들이 축적한 교육 자원과 인프라를 성인교육까지 확장 활용하려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원격 고등교육은 성인학습자의 학습 공백, 시간 제약, 디지털 활용 역량 차이 등을 감안한 세심한 지원과 체계적 학사관리, 상호작용 중심 수업설계를 요구한다. 2023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반 대학 원격수업 운영 과정에서는 콘텐츠 품질 관리, 상호작용 부족, 전문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일반 대학에서의 원격 고등교육 확대는 성인학습자 중심 교육체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떤 형태의 원격 고등교육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원적 논의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 AI 기반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속에서 고등교육 역시 특정 연령대의 일회성 교육체계를 넘어 전 생애에 걸친 재교육과 역량 전환 중심 체계로 재편돼야 한다. 향후 원격 고등교육 체계는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교육과정과 학점·자격 연계 체계, 데이터 기반 학습지원, 대학·산업체·지역사회 연계형 교육모델 등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조화될 필요가 있다.
장기간 축적된 원격교육 운영 경험과 성인학습자 지원 체계를 보유한 사이버대학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격교육 기회의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국민의 지속적인 학습권과 직업 전환 역량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해답은 이미 오랜 시간 성인학습자 중심 고등교육 체계를 운영하며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 온 사이버대학 체계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lee@koreacu.ac.kr
◆이의길 고려사이버대 인재개발학부 교수
뉴욕주립대(Albany)에서 교육공학 전공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고려사이버대 인재개발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개발처장, 교육지원처장, 교수학습혁신센터장을 역임했다. 직업능력개발 분야 기여 공로로 2025년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