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냉동 감자튀김 수출국인 벨기에가 8년 만의 대풍작을 거뒀지만 넘쳐나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벨기에에서 감자튀김 원료로 사용되는 감자의 현물 거래 가격은 최근 수개월간 톤당 0유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3년 전 톤당 600유로(약 1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가치가 사실상 증발한 셈이다.
원인은 예상치를 뛰어넘은 생산량이다. 올해 유럽에서는 감자튀김용 감자가 약 500만톤 초과 생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벨기에는 우호적인 기후 덕분에 8년 만에 가장 많은 수확량을 기록했지만, 소비와 수출이 생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됐다.
벨기에 농민 크리스 드하에르는 보관 중이던 감자 1000톤을 결국 폐기해야 했다. 그는 토지 관리 비용과 종자, 비료, 인건비 등을 합쳐 약 16만유로(약 2억8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독일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일부 농가는 판매처를 찾지 못한 감자 4000톤을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를 '감자 범람'이라는 의미의 '카르토펠 플루트(Kartoffelflut)'로 부르고 있다.
벨기에는 세계적인 감자튀김 생산국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벨기에의 냉동·가공 감자 제품 수출액은 약 33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세 배 증가한 규모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성장 속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감자 재고가 급증한 데에는 국제 무역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유럽산 냉동 감자튀김의 미국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감자 전문 매체 월드포테이토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부터 1년간 EU의 대미(對美) 냉동 감자튀김 수출은 8% 감소했다.
미국은 영국 다음으로 유럽산 감자튀김 수입 규모가 큰 국가다.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같은 기간 수출량이 11% 감소했으며, 업계는 최근 중동 지역 분쟁 여파로 감소세가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은 생산 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냉동 감자튀김은 제조 이후 보관과 운송 과정 전반에 냉장 설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냉동 창고 운영비와 물류 비용이 늘어나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벨기에 감자 가공협회 벨가폼의 크리스토프 베르뮐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동 지역 갈등은 냉동 감자튀김 공급망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