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인프라에서 확산으로, AI 정책의 두 번째 장

이재명 정부의 지난 1년은 한국 인공지능(AI) 산업 미래를 위한 거대한 판을 짜는 시기였다. 정부 출범 직후 'AI 3대 강국' 비전을 선포하고,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나서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과감하게 밀어붙인 것은 시의적절했다.

기술 자립을 향한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초거대 AI 모델에 대한 종속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핵심 국정과제로 자리잡았다.

제도 기반도 갖춰졌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포괄적인 AI 규제 체계를 갖추게 됐다. 노동, 복지, 교육, 기본의료 등을 포괄하는 'AI 기본사회 추진계획' 수립도 예고됐다.

하지만 인프라가 갖춰지고 법이 시행되는 것만으로 AI 강국이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고속도로를 깔아놓아도 그 위를 달릴 자동차(킬러 서비스)와 운전자(AI 전문 인력)가 없다면 인프라는 유휴 자산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AI 도입률은 1% 안팎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우리 비즈니스에 맞는 AI를 내재화하고 운영할 실무 인력이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AI로 인한 노동 변화와 실업, 프라이버시 침해, 디지털 격차 등 사회적 안전장치를 위한 정책 설계 없이는 AI 기본사회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모델과 GPU 중심 국가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를 어떻게 산업 현장과 시민의 일상 속에 녹여낼 것인지 한국형 AX(AI 전환) 모델을 설계할 때가 됐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1년, 도로는 잘 닦았다. 이제 다음 질문을 꺼낼 차례다. 우리는 어디로,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그 위에 무엇을 얹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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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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