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압박 강화하는 미국… 30년 전 사건으로 라울 카스트로 '살인죄'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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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 쿠바 전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쿠바 혁명 주역이자 막후 권력을 쥔 라울 카스트로(95)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30년 전 사건을 들어 쿠바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AP 통신·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1996년 미국의 쿠바 망명 단체인 '구출의 형제들(Brothers to the Rescue)' 소속 항공기 2대를 쿠바군이 격추해 4명(미국 시민권자 3명 · 영주권자 1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당시 항공기는 하바나 상공에서 민주화 전단지를 살포해 쿠바 국민에게 정부에 대한 봉기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가 무력을 사용해 이를 저지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쿠바에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진 사건이다.

미국은 최근 쿠바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는 가운데 이번 기소를 밝혔다. 기소장에는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포함해 미그기 조종사 등 총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카스트로에게는 미국인 살해 음모와 여러 건의 살인 및 항공기 파괴 혐의가 적용됐다. 살인 및 살인 음모 혐의로 유죄를 받게 되면 최대 사형 또는 종신형에 처할 수 있지만, 카스트로를 미국 법정에 세우는 것이 이번 기소의 관건이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부 장관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법정에 설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발적으로 오든, 아니면 다른 방식을 통해서든(by another way) 미국 법정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쿠바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군사적 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긴장 고조(escalation)는 없을 것이며, 그렇게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 쿠바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상태”라며 “그들(쿠바 정권)은 이미 국정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은 친형인 피델 카스트로, 친구 체 게바라와 함께 1959년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인물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쿠바 혁명의 생존 지도자'다.

형인 피델이 건강 악화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자 2008년 권력을 승계받은 라울 카스트로는, 2018년 재임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실권자로 남아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표면적 국가수반이라면, 쿠바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은 라울이 이끄는 카스트로 가문에서 나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기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의 정권 교체를 강력히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쿠바는 미국의 제재와 베네수엘라산 석유 공급이 끊겨 '에너지 파산' 상태에 직면한 상황이다.

아메리칸 대학교의 중남미 정치 전문가인 윌리엄 레오그랜드는 “미국의 전략은 쿠바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굴복하고 항복할 때까지 점진적으로 압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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