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수행평가 중심의 공교육 평가 체계 전반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청소년 언론 토끼풀 등 교사·학생·학부모 단체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교육 평가의 역설, 수행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월 중등교사노조가 전국 중등교사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 전문가가 아닌 실제 교실 현장의 학생·교사·학부모 목소리를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수행평가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학생 대표로 나선 문성호 청소년 언론 토끼풀 편집장(충암고1)은 “수행평가는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부모님과 사교육 도움을 받거나,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며 “수행평가 원래의 취지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찾고,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수연 교사노조 정책연구원장은 교사의 입장에서 본 수행평가의 문제점을 짚었다. 송 원장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행정 증빙용 평가계획서 작성 부담 △민원과 이의제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평가 환경 △현장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채 비율·유형·횟수만 규정하는 정책 설계를 문제로 꼽았다. 수행평가가 학생의 배움을 설계하는 도구가 아니라 행정적 완결성을 증명하는 문서로 전락하면서, 교사들은 보여주기식 평가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대표가 직접 경험한 수행평가의 현실을 전했다. 박예린(성신여대 사회교육과) 씨는 지방 소규모 학교에서 경험한 입시 현실을 공유했다. 박 씨는 “적은 학생 수 때문에 상위 등급이 희소하고,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선택과목이 세분화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수행평가를 포함해 지역 학생의 현실에 맞는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학생 자녀의 학부모 허린 씨는 “시험 기간 전후로 동시에 여러 과목 수행평가가 쏟아지면서 평가 내용의 질보다 해치우기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절대적인 시간 부족 문제와 공교육 단계 간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사교육을 통한 선행을 막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효은 운산고 교사는 평가 과잉과 평가 행정의 불균형을 현장의 문제로 꼽았다. 교과별 수행평가는 학기당 교과별 2개 이상으로, 한 학기에 최소 12개 수행평가가 집중된다. 형식적인 규제로 인해 수행평가에서 교사별 평가 계획을 실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교사는 “교육과 관련된 모든 정책에 교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며 “교사가 교육 정책의 핵심에 서야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교육부 관계자도 참석해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김한승 교육부 교육혁신과장은 “평가계획서가 현재 형식적으로 작성되는 측면이 있다”며 “세부 채점 기준과 문항이 나온 뒤 핵심 내용 중심으로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교별 분량 편차가 큰 만큼 학부모에게 필요한 정보 위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수행평가가 여전히 대입과 세특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교육과정 슬림화와 역량 중심 개편을 통해 수업 연계형 수행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수행평가 역시 학생 성장과 학습을 위한 정당한 평가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학교 현장에서 과목별 수행평가 비중을 학생 관점에서 적정하게 조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