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망 사용료에 대해 공개 압박에 나선 것은 한국의 망 이용대가 법제화 시도가 글로벌 규제의 시발점이 될 것을 경계하는 미국의 통상 전략이 깔려 있다.
국내 통신업계는 이에 대응해 인터넷의 양면시장 속성을 고려해 글로벌 항공업계의 공항이용료 과금 방식인 '원인 제공자 부담 원칙'을 통신 인프라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6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USTR이 국내 망 사용료 논의를 무역장벽으로 거론한 것은 한국의 망 이용대가 법제화 시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보고서에도 '한국의 시도가 중남미 등 글로벌 규제 트렌드의 근원이 되고 있다'며 경계심을 표출했다. 미국정부의 압박에 2024년 브라질 통신부(MCOM)가 망 이용대가 규제 검토를 중단하고, 유럽연합(EU) 또한 디지털네트워크법(DNA) 제안서에서 직접적 요금 부과 대신 분쟁 해결 조정 메커니즘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미국 입장에서 타 국가의 규제 동력이 약화된 가운데, 한국에는 망 이용계약 체결 의무화, 망 이용대가 분쟁 조정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망 이용대가에 대한 반대 논리는 '이중과금'이다. 이용자들이 통신사에 이미 인터넷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통신사가 CP에게 또다시 망 전송료를 요구하는 것은 양쪽으로 요금을 걷는 부당 행위라는 주장이다.
반면, 통신사는 인터넷은 통신사가 데이터의 중계 역할을 하며, 통신망에 접속하는 기업 또는 소비자가 낸 요금으로 투자 비용을 충당하는 '양면시장' 속성을 지닌다고 반박한다. KTOA는 항공업계의 인프라 비용 분담 사례를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항공 산업은 공항(물리적 인프라)과 항공사(상업적 서비스)가 철저한 '원인 제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상생한다.
세계 모든 공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가이드라인에 따라 항공기가 활주로에 내릴 때 '최대이륙중량(MTOW)'에 비례해 착륙료(공항시설사용료)를 부과한다. 승객이 항공권 비용을 냈다고 해서 항공사가 활주로를 공짜로 쓰지 않는다. 더 큰 물리적 하중과 파손을 유발하는 대형 여객기일수록 유지보수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낸다.
인터넷 통신망의 구조 역시 이와 유사하다. 텍스트나 웹서핑 위주의 가벼운 트래픽을 유발하는 일반 기업과, 대용량 영상으로 전체 망 대역폭을 통째로 점유하는 빅테크가 인프라에 미치는 하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내 주요 CP의 일평균 트래픽 현황의 따르면 2024년 기준 구글과 넷플릭스,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트래픽 비중은 40.44%로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의 경우 6%대에 그친다.
KTOA 관계자는 “데이터의 무게(트래픽)에 비례해 합리적 통행료를 정산하는 것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중과금이 아니라, 물리적 한계가 있는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글로벌 항공업계가 합리적 비용 분담 룰을 통해 안전한 하늘길을 열었듯, 글로벌 빅테크 또한 성실한 대가 산정 논의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