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부지 선정 가시화... 충남·부산·대구·광주 4파전 양상
2조 원대 경제 유발 효과 기대, 글로벌 시장 선점 위한 '디지털 전환' 컨트롤타워 역할
대한민국 치의학 산업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이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단순 공공기관 유치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이 접목된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지역 거점들의 전략적 요충지 확보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치의학 분야의 정책 수립, 기초 및 임상 연구, 산업 진흥을 총괄하는 국가 산하 전문 연구기관이다. 그동안 치의학은 의학이나 약학에 비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R&D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구원은 향후 치과용 의료기기 및 재료의 표준화, 디지털 기술 융합 연구, 글로벌 인증 지원 등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업계는 연구원 설립 시 약 7000억 원에서 2조 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 효과와 5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의 근거가 되는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행정 절차는 급물살을 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설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마무리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부지 선정 기준을 확정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모 절차 또는 입지 선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2028년 말 연구원을 정식 개소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현재 유치전은 대구, 충남(천안), 부산, 광주 등 4파전으로 압축된다. 대구는 '메디시티' 대구의 자부심과 오랜 R&D 노하우를 앞세운다. 대구는 치의학 연구와 산업기 공존하는 국내 최고 '덴탈시티'를 내세운다. 치과 관련 기업수 전국 3위, 생산액 및 부가가치액 전국 2위를 기혹하고 있다. 메가젠임플란트와 덴티스 등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앵커기업들이 입주해 있다.또 국립치의학연구원 후보지인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 11개 국책기관이 집적돼 기초연구부터 임상, 사업화까지 한곳에서 가능하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 23일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추진단 회의를 개최,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타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수 있는 대구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보강하는 등 공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충남(천안)은 '대통령 공약'임을 가장 강력한 명분으로 내세운다. 천안시는 단국대 치과대학과 연계한 풍부한 인력풀과 KTX 천안아산역을 통한 전국적인 접근성을 강점으로 꼽는다. 특히 수도권 치의학 기업들과의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한 산업 클러스터 확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부산은 국내 최대 치과 기기 생산 거점이라는 실리를 강조한다. 오스템임플란트, 디오 등 글로벌 덴탈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전국 치과 재료 생산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생태계를 갖췄다. 명지지구를 후보지로 점찍고 의료관광과 연계한 글로벌 확장성을 제안하고 있다.
광주는 생체흡수성 소재 부품 산업 등 특화된 바이오 의료 산업 인프라를 무기로 삼았다. 광주치과인협회와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유치 서명운동 등 뜨거운 지역적 열망이 강점이며,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의 배려를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입지 선정을 앞두고 과열된 유치 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적 논리나 지역 안배보다는 치의학 산업의 실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적 적합성'이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글로벌 치과 시장은 이미 디지털 전환과 맞춤형 의료 서비스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 치의학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자산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공정하고 투명한 입지 선정이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