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박건영의 셀프 입시]⑧수학과로 가는 생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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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영 이투스에듀 센터장.(사진=이투스에듀)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많다. 그런데 수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공통된 함정이 하나 있다. 수학 성적은 높다. 그러나 '수학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은 생기부 어디에도 없는 경우가 많다.

1부. 합격 생기부는 무엇이 달랐나

1.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도구가 아니라 언어

많은 학생이 수학을 '도구'로 이해한다. 물리를 풀기 위해, 경제 모델을 세우기 위해 쓰이는 보조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합격한 학생의 생기부에서 수학은 달랐다. 세상에서 가장 정밀하고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언어, 그 자체로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도구로 보다가, 나중에는 언어이며 사고의 구조라는 흐름으로 나아간 학생들이 다수였다. 그러므로 수학과를 희망한다면 고난도 문제를 풀어낸 기록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난제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 자세. 그것이 생기부에서 드러나야 한다.

2. 탐구의 깊이: 교과서 밖으로 나간 세특

합격생의 세특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하나였다. 교과서에서 시작되어 교과서를 넘어선 탐구의 방향이다. 미적분 수업에서는 '오일러가 사랑한 수 e'를 스스로 읽고 복소 변수 함수에 흥미를 느껴 3차원 그래프로 시각화하여 탐구했다. 확률과 통계 수업에서는 '서로 다른 두 자연수를 고를 때 그 둘이 서로소일 확률'에 스스로 의문을 품고, 리만 제타 함수와 오일러의 곱셈 공식을 활용해 탐구보고서를 완성했다. 이어서 고급 수학을 수강했다. 정수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암호 체계의 원리를 독자적으로 파고들었다.

이것이 핵심이다. '교과서를 잘 이해했다'는 기록이 아니다. 교과서의 한 개념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했다는 기록이다.

3. 융합의 방식: 물리 속에서 수학을 꺼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물리 시간의 기록이었다. 케플러 법칙을 기하와 벡터 수업에서 배운 매개변수를 활용해 직접 증명했다. 물리 교과와 수학 교과를 가로질러 하나의 탐구를 완성한 것이다. 수학을 단순히 시험 과목으로 보지 않는구나. 그 인상이 생기부 전체에서 울려 퍼졌다. 왜 이것이 먹히는가. 융합은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억지로 끼워 맞춘 연결과, 수업 중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탐구적 질문의 차이를 사정관은 구분한다. 케플러 법칙을 수학으로 다시 쓰고 싶다는 충동. 그 충동이 기록에 남아야 한다.

4. 일상으로의 확장: 수학적 사고가 습관이 된 학생

수학 동아리에서는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요소를 찾아내어 발표했다. 3학년 때는 '점심시간 급식실의 의자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통계조사와 분석으로 이어갔다. 거창한 주제가 아니어도 된다.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습관 자체가 생기부의 언어가 된다. 일상의 질문 하나가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분석되고, 분석이 탐구보고서가 된다. 이 학생은 그 흐름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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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3년의 로드맵

1학년: '수학을 좋아한다'에서 '왜 좋아하는가'로

1학년 세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다. 하나의 개념에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낸 경험이다. 미적분의 극한 개념에서 출발해 '무한히 작은 것의 합이 유한한 값이 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간 흔적. 이런 기록이 1학년 생기부를 살아있게 만든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오일러가 사랑한 수 e' 같은 수학 교양서를 읽고 단순 감상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읽고 나서 어떤 개념을 더 파고들었는지, 어떤 새로운 질문이 생겼는지가 기록되어야 한다.

2학년: 증명의 언어를 배우는 시기

수학 심화 과목 이수가 중요하다. 기하, 고급수학, 확률과 통계 등 수학과에 직결되는 과목들을 선택하고, 그 과목에서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공식의 유도 과정을 탐구하거나 정리를 직접 증명해 보는 활동이 세특에 남아야 한다.

또한 2학년은 수학이 다른 분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기 좋은 시기다. 물리의 운동 법칙을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하거나, 경제학의 최적화 문제를 수학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암호학에서 수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목 간 융합 탐구'로 기록될 때 비로소 수학과 지망생다운 생기부가 완성된다.

3학년: 명사형 희망에서 형용사형 정체성으로

'수학자가 되고 싶다'는 1학년의 언어다. 3학년은 달라야 한다. '암호 이론을 연구하는 수학자', '위상수학으로 데이터 구조를 분석하는 수학자', '수학교육의 혁신을 설계하는 수학자'. 어떤 수학자인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구체성이 드러나려면 2학년까지의 탐구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여러 갈래로 흩어진 활동들이 3학년에 와서 하나의 질문으로 모이는 구조. 그 수렴의 흔적이 3학년 생기부에 남아야 한다.

결론. 지금 당장 시작하라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것이다. '수학을 좋아하는데 생기부에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수학은 답이 있는 학문이다. 그러나 수학과 생기부는 답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풀었는지를 보지 않는다. 수학이라는 언어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본다. 급식실의 의자 수를 통계로 분석하라. 케플러 법칙을 매개변수로 증명하라. 리만 제타 함수로 확률을 탐구하라. 수학과로 가는 생기부는 결국 이 한 줄로 요약된다.

“이 학생은 수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한 줄이 생기부 전체에서 울려 퍼지도록, 오늘부터 설계하라.

*필자 주: 위 칼럼은 카이스트, 연세대 수학과, 경희대 수학과를 합격한 학생의 생기부를 참고해 작성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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