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전쟁→유가→공업제품…“물가 충격, 이제 2차 국면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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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의 여파가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공업제품 전반으로 확산되며 '물가 도미노'가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생산·유통 전 과정에 비용 압력이 전이되는 2차 물가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3월 에너지 물가지수는 142.89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유(17.0%), 등유(10.5%), 휘발유(8.0%) 등 석유류 가격 급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공업제품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산업 전반의 '비용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업제품 물가지수는 118.80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유류(9.9%)를 중심으로 내구재, 섬유제품, 가공식품 등 거의 전 품목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확인된다. 특히 플라스틱·화학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이 포장재, 생활용품, 식품 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핵심은 '시차 효과'다. 국제 유가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지 않고 3~6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전이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물가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의 충격이 5월 소비자물가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향후 유가 전망도 비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전쟁 이전 대비 4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고유가의 상수화'를 의미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경제는 특히 취약한 구조다. 전체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이 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전쟁 장기화는 곧바로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 산업 원가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삼중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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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3일 주한 UAE 대사관저를 방문, 걸프 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주한대사들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경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가 이번 사태를 '경제 전시상황'으로 규정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정책금융 확대 등 단기 대응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주요 에너지 공급국에 원유·액화석유가스(LNG)의 안정적 공급과 나프타·요소 등 핵심 물자의 차질 없는 수급을 요청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일 주한 아람에미리트(UAE) 대사관저에서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주한대사들과 면담을 갖고 중동 상황에 따른 경제적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GCC 국가들은 한국을 최우선 파트너로 두고 안정적 공급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양측은 해상 항해의 자유 보장과 민간 경제 협력 지속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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