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박살낸 증시, 이란이 살렸다…'호르무즈 통행' 기대감에 美증시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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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장 초반 급락했던 뉴욕증시가, 이란과 오만의 호르무즈 해협 협력 소식에 힘입어 극적으로 반등했다. 장중 낙폭 대부분을 만회하며 마감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1.07포인트(0.13%) 내린 4만6504.67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급락세를 감안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1% 오른 6582.69, 나스닥지수는 0.18% 상승한 2만1879.18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 급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지정학적 긴장을 끌어올렸다.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주요 지수는 개장 직후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장중 분위기는 중동발 소식 하나로 급반전됐다. 이란 국영통신은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을 위한 공동 규약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란 외교부의 알리 바게리 가리바바디 차관은 “선박 통행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통과를 보장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통행료 부과를 위한 사전 절차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란 의회는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관리 계획안을 승인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톨게이트'를 설치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법 위반 논란은 물론, 한국을 포함해 중동산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들의 반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인질'처럼 활용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시장은 당장의 긴장 완화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전날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구체적인 종전 계획이 없다는 실망감으로 글로벌 증시는 급락하고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이란과 오만의 협력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외교적 해법 가능성에 다시 베팅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날 급락했던 국내 증시도 한숨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코스피는 전장보다 247.35포인트(4.51%) 급락한 5231.77에, 코스닥은 59.84포인트(5.36%) 내린 1056.34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 코스닥은 세 번째였다. 두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된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두 번째다.

전날 10% 넘게 급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다시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5.91% 내린 17만8400원, SK하이닉스는 7.05% 떨어진 8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SK스퀘어,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반면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 넘게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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