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지자체가 제주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넘어 저장·수요·시장 구조까지 바꾸는 에너지 전환 실증에 나선다. 2035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시스템 전환'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정부와 제주도가 203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 전환 실증모델 구축에 속도를 낸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중심에서 벗어나 전력 저장과 수요 관리, 전력시장 구조 개편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시스템 전환이 추진되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 에너지 정책은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발전량 증가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력 계통 안정성 문제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반면 전력 수요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 방향은 단순한 발전 확대에서 전력 수급 관리로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가상발전소(VPP)가 핵심 수단으로 제시된다. ESS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필요 시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전기차 배터리는 분산형 전력 자원으로 활용돼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에너지 소비 구조 변화도 함께 추진된다. 난방과 취사, 교통 등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사용을 전기로 전환하는 '생활의 전기화'가 주요 정책 과제로 꼽힌다. 전기 사용 확대와 함께 효율적인 수요 관리 체계를 구축해 전력 사용 패턴을 조정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을 활용한 신산업 유치가 추진된다. 데이터센터와 수소 생산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을 제주에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산업 유치는 제한될 수 있어 계통 안정성 확보가 병행 과제로 제시된다.
전력시장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현재 공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수요 반응을 반영하는 시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력 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고 이에 맞춰 소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이익 공유 모델도 도입된다.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고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발전시설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제주를 고립된 전력계통이라는 특성을 가진 실증 지역으로 활용해 에너지 전환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향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제주 탄소중립 추진은 단순한 지역 정책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전환 전략의 시험대로 평가된다”면서 “제주에서 구축되는 에너지 시스템이 향후 국내 전력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