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변호사가 책임지는 AI 법률서비스, 이제는 허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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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넥서스AI 대표

지난 3월 18일 대법원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내용증명을 작성하는 서비스가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법률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금지' 조항의 적용 범위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재정립한 것으로, 법률서비스의 접근성과 리걸테크 산업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논란이 돼 온 비변호사 법률사무의 경계를 일정 부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판례가 축적되면서 관련 기준은 더욱 명확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변호사가 자신의 책임 하에 AI를 활용해 일반 국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그 핵심에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2024년 10월 제정한 '변호사의 광고에 관한 규칙'이 있다. 이 규칙에서는 변호사들이 자신의 책임 하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AI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연결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광고를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지나치게 넓게 정의하고, 이러한 AI 서비스까지 금지되는 광고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변호사가 자신의 책임하에 AI를 활용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무엇이든 변협에 의해 자격정지 등 중대한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규제는 변호사의 영역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을 보다 불완전하고 책임 없는 법률서비스로 밀어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국민 피해가 대표적이다. 이미 많은 국민이 범용 AI를 통해 법률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나 이른바 '환각' 현상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하거나 책임질 전문가의 개입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호사들 간의 불균형도 심화시킬 수 있다. AI를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의뢰인을 확보하려는 주체는 주로 주니어 변호사들인데, 이러한 시도가 제도적으로 차단될 경우 기존에 고객 기반을 확보한 변호사에게 기회가 더욱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나아가, 이미 정형화된 법률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일할 기회를 잃고 있는 주니어 변호사들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AI 활용마저 제한되는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해결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필자는 변호사가 책임을 지는 범위 내에서 AI를 활용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협 스스로가 '변호사의 광고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협의 자율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규칙은 변호사법 제23조에 근거한 위임 규정인 만큼 변협에 대한 위임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는 방향의 변호사법 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가 마련된다면 국민은 보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리걸테크 기업은 법적 불확실성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으며, 변호사 역시 AI를 도구로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법률서비스의 모습은 변호사의 책임 하에 제공되는 서비스란 것이 필자의 굳은 믿음이다. 이러한 구조는 국민과 변호사, 그리고 리걸테크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다. 이제는 이를 가로막는 규제를 정비할 때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 jwlee@nexusa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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