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 피해로 고통받은 스페인의 한 20대 여성이 가족과 법적 다툼을 벌인 끝에 안락사를 승인받고 생을 마감했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여성 노엘리아 카스티요는 이날 바르셀로나에서 안락사 약물을 투여 받고 2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카스티요 가족의 법적 공방은 2년 전 스페인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다.
10대 시절부터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은 카스티요는 성폭행 피해를 겪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시도는 미수에 그쳤으나, 두 번째 자살 기도에서 부상을 입어 다리가 마비됐다.
스페인은 2021년부터 말기 환자와 견딜 수 없는 영구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사 조력 자살과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2024년 4월 카스티요는 의사·변호사·생명윤리 전문가로 구성된 카탈루냐 독립 기구에 안락사를 요청했다.
해당 기구는 카스티요가 심각하고 만성적인 정신 쇠약을 겪고 있으며, 심각한 불치병을 겪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최종 승인이 보류됐다. 카스티요의 아버지를 대변하는 폴로니아 카스테야노스 변호사는 “카스티요는 정신 질환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안락사 시행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카탈루냐 지방법원, 바르셀로나 법원, 스페인 대법원 모두 아버지의 항소를 기각했고, 지난 1월 카스티요는 안락사 권리를 인정받게 됐다.
카스티요는 최근 안테나 3 인터내시오날 인터뷰에서 “난 그저 평화롭게 떠나 고통을 멈추고 싶을 뿐”이라며 법적 공방과 관련해 “그들 중 누구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나 어머니의 행복이 딸의 의사보다 중요한가”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안락사 승인 결정에 대해 안카스테야노스 변호사는 “법의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다. 시급히 폐지돼야 한다”며 “우리는 '안락사법'이 매우 극단적인 경우, 즉 심각한 질병으로 거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법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고작 25세의 어린 소녀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사용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영국 기반 인권 단체인 '존엄한 죽음(Dignity in Dying)'에 따르면, 스페인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조력 자살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한 유럽 9개국 중 하나다. 스페인에서는 관련 법이 제정된 이후 2024년까지 총 1123명이 약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