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법은 있지만 시스템은 없다…교권 보호, AI에 기대는 것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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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윤 모 교사는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상 요양'을 신청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있다. 지난해 한동안 민원에 시달렸지만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어 휴직을 결심한 것이다.

윤 교사는 “교원 노조에 가입한 교사에게 물어봐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움 줄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처 방안이나 사후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는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현행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를 규정한다. 개정안은 이를 확대해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이거나 교육활동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방식으로 제기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지적된다. 악성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교사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권 보호가 '기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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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루지코지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만든 인공지능(AI) 악성 민원 대응 솔루션이다. 상담, 생활지도, 학부모 응대, 민원 대응, 행정 처리 등 교사의 일상 업무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록을 남기고, 필요시 AI가 관련 증거를 우선적으로 찾아준다.

노명성 교사는 실제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해를 당하고 현재 휴직 중이다. 악성 민원에 대처하려면 증거 자료가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기록을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는 솔루션을 지난해 12월 말 개발했다. 해당 솔루션은 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 교사는 “루지코지는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메모앱과 달리 법적으로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빙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추후 내용 증명 작성을 비롯해 변호사의 원스톱 법률 자문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AI 나눔이' 서비스는 행정 절차와 유사 사례를 검색하고, 면담 기록과 증거 자료를 자동으로 정리해 교사의 법적·행정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에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권 보호는 개별 교사나 민간 기술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교육청 차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AI 기반 서비스는 보조 수단일 뿐 근본적으로는 교육청이 법률 지원과 대응 매뉴얼을 체계화해야 한다”며 “교사가 혼자 대응하지 않도록 공적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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