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산업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지난 해 114억달러(약 17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2.3% 증가한 규모로, 월별 수출액 역시 매달 해당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2024년 프랑스를 제치고 수입 점유율 1위에 올라선 데 이어 지난 해에도 1위를 유지했다. 이는 K뷰티가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글로벌 산업으로 구조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K뷰티 성장은 한국의 산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특히 주문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구조가 고도로 발달해 있다는 점은 브랜드 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작용해왔다. 코스맥스와 같은 글로벌 수준의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고, 이를 통해 브랜드는 빠르게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또 시장 반응에 따라 제품을 개선하거나 확장하는 속도 역시 크게 단축되며 민첩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러한 생산 기반 위에 온라인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의 유통·마케팅 전략이 결합되면서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됐다. 특히 틱톡과 인플루언서 채널을 통해 제품이 단기간에 확산되고, 소비자 반응은 실시간 데이터로 축적돼 다시 제품 기획에 반영된다. 이처럼 '빠른 생산-빠른 확산-빠른 피드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단기간 내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러나 빠른 실행이 강점이었던 구조가 오히려 '비슷한 제품의 반복'이라는 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제품 개발과 출시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유사한 성분과 제형,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 빠르게 반복 생산되고 확산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 결과 차별화가 유지되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하나의 제품이 시장을 선도하는 시간 역시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속도가 경쟁력이었던 구조가 동시에 유사성을 가속화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단기적인 히트 제품은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소비자 역시 빠르게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며 충성도보다는 선택의 전환이 잦아지는 흐름을 보인다. 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객과 어떻게 연결되고 반복적인 경험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요구된다.
결국 새로운 경쟁력의 중심에는 제품을 넘어선 지속적인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그 흐름은 뷰티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이 결합된 디바이스 기술은 단순한 성분이나 제형보다 훨씬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한다. 디바이스 기술은 제품을 일회성 소비재가 아닌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험 자산으로 전환시키며, 고객 접점을 장기적으로 확장하고 데이터와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13년 800억원에서 2022년 1조6000억원으로 약 20배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견조한 성장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가전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역량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경쟁의 기준 역시 제품에서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뷰티 디바이스의 경쟁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효과와 안전성을 균형 있게 구현하는 기술이다. 뷰티 디바이스는 눈에 보이는 개선 효과와 반복 사용에도 부담이 없는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두 요소는 본질적으로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다. 효과를 높일수록 자극이 강해질 수 있고 자극을 낮출수록 체감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결국 디바이스 기술의 경쟁력은 이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데이터 축적을 통해 완성되는 영역이다. 최근에는 초음파 진동을 통해 피부 자극을 낮추면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물방울 초음파(LDM) 기술이 이러한 균형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둘째는 디바이스와 스킨케어가 결합된 통합 경험이다. 기존 뷰티 시장이 개별 제품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면, 디바이스의 등장은 사용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디바이스는 피부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하고, 전용 앰플이나 스킨케어 제품은 피부 고민에 맞춰 그 효과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제품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 방식과 루틴 전체를 선택하게 된다.
이 두 요소가 하나의 경험으로 결합되면서 제품의 의미도 달라진다. 사용 순서와 주기, 조합까지 포함된 루틴이 형성되고 각각의 제품은 그 루틴 안에서 기능하게 된다. 결국 경쟁력은 개별 품목의 효능을 벗어나 얼마나 설계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로 확장된다. 디바이스와 스킨케어의 결합은 뷰티를 관리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셋째는 지속 사용성을 뒷받침하는 서비스 구조다. 뷰티 디바이스는 한 번 사용으로 끝나는 소비재가 아니라 사용 경험이 누적될수록 효과와 만족도가 함께 축적되는 제품이다.
반복적인 사용과 관리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화장품보다는 오히려 가전에 가까운 속성을 가진다. 따라서 제품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유지 관리와 사후 서비스 전반의 경험이 제품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기술, 경험, 서비스 구조는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로 연결된다. 기술은 효과를 만들어내고, 경험은 사용 방식을 설계하며, 서비스 구조는 그 경험이 지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이 세 요소가 하나의 흐름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뷰티 디바이스 산업의 경쟁력이 형성된다. 이제 K뷰티는 바르는 화장품 산업을 넘어 기술 기반 디바이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환의 속도에 따라 다음 10년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
양정호 앳홈 대표 athome@athomecorp.com

〈필자〉 양정호 대표는 2018년 고객의 숨겨진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앳홈(ATHOME)을 창업했다. 무자본으로 시작해 설립 7년 만에 연 매출 1000억원대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앳홈은 소형가전 브랜드 '미닉스(Minix)'와 프라이빗 에스테틱 브랜드 '톰(THOME)'을 중심으로 디바이스 중심 소비재 브랜드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디자인경영대상 국무총리상과 대한민국 창업문화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