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97〉AI 회의론과 제조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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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대형언어모델(LLM)을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이 비싼 칩을 많이 사용해야 하므로, 서비스 사용자와 제공자 모두 돈벌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에 수조원을 쏟아부었음에도 투자수익률이 낮고 GDP에 대한 기여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거시경제 측면에서 자주 제기된다.

예를 들어, 국내 제조 기업 73%가 AI 도입 비용 부담과 인력 부족, 효과에 대한 신뢰 부재를 이유로 투자에 소극적이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60% 이상이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답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미국 GDP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반도체 수입 의존으로 외국의 GDP를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MIT 보고서도 기업 AI 도입 시도(시범 활용)의 95%가 손익에 영향을 주지 못한 채로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제조 AI는 단기 손익 중심이 아닌, 생산 과정 전체의 구조적 재편을 통해 GDP에 기여한다. AI는 설비 구축과 데이터 정제를 위한 초기 비용이 크지만, 제조업에 있어서 불량률 감소나 공정 최적화와 같은 직간접 효과를 누적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국제결제은행 BIS도 AI의 단기 GDP 기여도는 낮지만 2030년 이후 장기 기여도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데이터센터 같은 설비 투자가 이러한 상승세의 기반이 된다고 본다.

한국은 소버린 AI(국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를 제조 AI에 적극 접목 중이며, 그 사례로 NC AI 컨소시엄의 '배키(VAETKI)'가 있다. 배키는 1000억파라미터급 전문가혼합형(MoE) 모델로, 제조 분야 공정 데이터 분석과 생산 라인 최적화에 실증 적용되고 있다. 비록 배키는 정부의 1차 평가에서 탈락했지만, 제조AI 등 산업특화 AI에 집중하고 있다. 또 같은 평가에서 1등으로 통과한 LG의 'K엑사원(K-EXAONE)'은 고효율 구조로 제조·연구개발 분야 스케줄링 최적화와 신물질 탐색에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다. 왜냐하면 소버린 AI를 제조에 접목하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데이터 주권과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부 제조 현장은 극도의 정밀성·보안이 요구되는데, 해외 모델에만 의존하면 데이터 유출, 지정학 리스크(수출 통제), 비용 상승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제조 AI를 키워가야 할까. 먼저 업종별로 센서, 설비, 품질 등 데이터의 표준 스키마를 정하고 이를 만족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단기간에 많은 데이터가 상호 호환될 수 있는 형식으로 누적되도록 해야 한다. 누적된 데이터가 마치 호수와 같이 다양한 산업 주체에게 물(데이터)을 규격화된 형태로 공급해야 제조AI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둘째로 데이터 생성에서 소비까지 주요 권한이 현장으로 넘어가야 한다. BMW가 그렇게 하듯이 현장 작업자가 자신의 공정 데이터를 아주 쉽게 AI에게 학습시키고 품질 규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과감히 이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문제가 발생하는 곳에서 바로 해결책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특정 국가나 플랫폼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리스크 분산전략, 산업용 AI인프라의 자립성 강화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누적된 암묵지까지 해외 AI플랫폼에 학습시키게 된다면 우리는 제조 현장의 핵심 노하우를 우리 후속세대가 아닌 해외 서비스 사업자에게 넘겨주는 셈이 된다. 물론 국수주의는 배격해야겠지만, AI 시대에도 우리 플랫폼에 우리 기술을 심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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