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 〈23〉 프로그램을 배우지 마라, 문제를 풀어라

세일즈포스, 허브스팟, 서비스나우의 주가가 붉게 물들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악화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40년간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지탱해 온 구독 경제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알아챈 것입니다. 매달 요금을 내고 정해진 프로그램을 쓰던 시대가 인공지능(AI)과 바이브 코딩으로 인해 저물고 있었습니다.

2025년 3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검은 가죽 점퍼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의 선언은 명료했습니다. 컴퓨팅은 검색에서 생성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입니다. 미래에는, SW가 미리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원할 때 그 자리에서 태어납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틀 안에서 움직였습니다. 개발자가 설계한 메뉴를 따라가고, 버튼을 눌러 기능을 실행했습니다. 인간의 사고가 네모난 인터페이스에 갇혀 있었던 셈입니다. 이제 그 틀이 사라집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유통 기업은 매달 수천달러를 지불하던 고객관리솔루션 구독을 중단했습니다. 대신 자사 데이터를 학습시킨 언어모델에 직접 지시를 내립니다. 직원이 텍스트 창에 고객 불만을 지역별로 분류해 달라고 입력하면, AI가 즉시 코드를 짜고 분석 결과를 띄웁니다. 임무를 마친 도구는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목적에 따라 솔루션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범용 SW를 사서 사용법을 가르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해방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수많은 엔지니어가 검증한 상용 SW와 달리,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코드는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AI가 만든 프로그램에 결함이 생겨 물류가 마비된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지시를 내린 직원입니까, 언어모델을 제공한 기업입니까. 정해진 매뉴얼이 사라진 환경은 끝없는 선택의 피로를 안깁니다. 낡은 질서는 무너졌으나 새로운 규칙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프로그램의 단축키를 외우고 기능을 빨리 익히는 것이 능력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다릅니다. 빈 텍스트 창 앞에서 무엇을 지시하고 어떤 질문을 던질지 스스로 파악하는 사람만이 주도권을 쥡니다. 무한한 선택지 앞에서 방향을 잃지 않는 명확한 목표, 실패했을 때 즉각 다른 경로를 찾는 우회 능력이 필요합니다.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갈 때, 옛 질서에 익숙했던 원로원 의원들은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권력 구조를 읽고 움직인 자들만이 살아남았습니다. 기술의 전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년에 만료되는 SW 라이선스를 연장할 것인지, 그 예산으로 자체 언어모델을 구축하고 직원을 재교육할 것인지.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백지상태. 이 과도기를 건너갈 책임은 오롯이 우리 앞에 놓였습니다.

바이브 코딩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한 문제를 여러 경로로 풀어내는 유연성입니다. 같은 민원도 자동응답으로 풀 수 있고, 예측 분석으로 미리 줄일 수 있습니다. 정해진 해법을 빨리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해법을 새로 짜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둘째, 수용성입니다. 새 시대는 늘 낯설고, 낯선 것은 사람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멈춤이 굳어지면 조직 전체를 과거에 묶어 둡니다. 세상이 바뀌는 방향을 인정하면서 자기 원칙을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 수용성입니다.

셋째, 관점의 전환입니다. 사용자를 자기 화면에 가두는 회사는 밀려납니다. 사용자의 일을 대신 끝내주는 회사가 선택받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자기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간을 씁니다. 바이브 코딩시대, 핵심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기획력입니다. 더 중요한 능력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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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전 국회의원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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